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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가상각비와 제조원가 — 설비 도입이 제품 원가에 얹히는 방식

제알남 읽는 시간 약 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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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출기 한 대를 5억 원대에 들여놓았다고 가정해 보자. 대금은 취득 시점에 나갔지만 그 돈은 한꺼번에 원가로 잡히지 않고 사용 기간에 걸쳐 월 감가상각비로 제품에 얹힌다. 이 구조를 모르면 오판이 두 방향으로 생긴다. 신규 설비 가동 뒤 개당 원가가 오른 이유를 현장 비효율로 돌리거나, 상각이 끝난 설비에서 만든 제품의 원가가 낮다는 이유로 그 설비를 계속 쓰는 것이다.

감가상각비는 현금이 나가지 않는 비용이라 현장에서는 회계 숫자로 밀려나기 쉽다. 하지만 설비 집약적인 라인일수록 제조경비에서 이 항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개당 원가와 가격 결정이 여기에 좌우된다. 이 글은 설비의 취득원가가 월 상각액으로, 다시 제품 원가로 넘어가는 경로를 가상 수치로 따라간다.

취득원가가 월 감가상각비가 되기까지

유형자산의 취득원가에는 설비 구입가뿐 아니라 운반, 설치, 시운전처럼 사용 가능한 상태에 이르기까지의 지출이 들어간다. 사출기 본체가 5억 원이고 설치·시운전비가 6,000만 원이면 취득원가는 5억 6,000만 원이다. 설치가 끝나 사용할 수 있게 되기 전까지는 건설중인자산으로 두고 상각하지 않으며, 사용 가능한 시점부터 상각을 시작한다. 그래서 설비가 들어온 날과 원가에 반영되는 날 사이에 한두 달의 간격이 생길 수 있다. 자산을 등록할 때 취득일, 가동 개시일, 내용연수, 상각 방법, 잔존가치를 함께 입력해 두어야 하고, 이 중 하나라도 비거나 틀리면 월 상각액이 틀린 채 제품 원가로 흘러간다.

잔존가치를 8,000만 원, 내용연수를 10년으로 가정하고 정액법을 쓰면 연 상각액은 (5억 6,000만 원 − 8,000만 원)÷10 = 4,800만 원, 월 400만 원이다. 이 400만 원은 제조원가명세서의 경비 중 감가상각비로 나타나고, 설비별로 귀속된 뒤 기계시간이나 생산량 기준으로 제품에 배부된다. 내용연수와 잔존가치는 실제 사용 계획을 반영한 추정치이므로 세무상 기준과 다를 수 있고, 재무 담당과 생산기술이 함께 검토한다.

내용연수를 중간에 고치는 경우도 있다. 이는 회계추정의 변경이므로 과거 원가를 고치지 않고 변경 시점 이후에만 반영한다. 5년이 지난 시점의 장부금액은 5억 6,000만 원 − 4,800만 원×5 = 3억 2,000만 원이다. 남은 사용 기간을 4년으로 다시 추정하면 잔존가치 8,000만 원을 뺀 2억 4,000만 원을 4년으로 나누어 연 6,000만 원, 월 500만 원이 된다. 월 상각액이 25% 늘어나므로 조업도 90% 기준 개당 감가상각비도 37.04원에서 46.30원으로 오른다.

상각 방법에 따라 제품에 얹히는 모양이 달라진다

정액법은 매년 같은 금액을 상각하므로 월 400만 원이 고정된다. 정률법(체감잔액법)은 기초 장부금액에 일정한 비율을 곱하므로 도입 초기 연도의 상각액이 가장 크고 뒤로 갈수록 줄어든다. 같은 설비라도 1년 차 개당 원가는 정률법이 높고 후반부는 낮게 나온다. 라인끼리 원가를 비교하려면 상각 방법을 같게 맞춰야 한다.

생산량비례법은 총 예상 생산량 대비 당기 생산량으로 상각한다. 총 예상 생산량을 1,200만 개로 가정하면 개당 상각액은 4억 8,000만 원÷1,200만 개 = 40원이다. 월 72,000개를 만든 달은 288만 원, 108,000개를 만든 달은 432만 원이 된다. 정액법에서는 감가상각비가 고정비처럼, 생산량비례법에서는 변동비처럼 움직이므로 같은 설비도 상각 방법에 따라 원가 행태 분석과 손익분기점 계산이 달라진다.

가동이 줄어든 달에 개당 감가상각비가 오르는 폭

이 사출기의 월 정상조업도를 400시간, 시간당 생산능력을 300개로 가정한다. 정액법의 월 상각액 400만 원은 실제 가동시간과 무관하게 발생하므로, 생산량이 줄면 개당 감가상각비가 올라간다.

실제 가동시간(정상조업도 대비) 월 생산량 월 감가상각비 개당 감가상각비
400시간(100%) 120,000개 4,000,000원 33.33원
360시간(90%) 108,000개 4,000,000원 37.04원
240시간(60%) 72,000개 4,000,000원 55.56원

조업도 90%인 달은 개당 37.04원이지만 60%인 달은 55.56원으로 50% 오른다. 감가상각비 총액은 같은데 생산량이 줄었을 뿐이며, 현장의 작업 효율과는 관계가 없다. 이 차이를 현장 성과로 읽으면 설비를 잘 돌리는 사람이 저가동 달마다 억울해지고, 수주가 줄어든 책임이 원가표 뒤에 숨는다.

그렇다고 저가동 달의 감가상각비를 모두 제품에 얹는 것이 정석은 아니다. 일반기업회계기준과 K-IFRS 모두 고정 제조간접원가는 정상조업도를 기준으로 배부하고, 생산 수준이 비정상적으로 낮아 배부되지 못한 금액은 제품 원가에 넣지 않고 그 기간의 비용으로 처리하도록 한다. 이 가정에서 시간당 배부율은 4,000,000원÷400시간 = 10,000원이다. 240시간 가동한 달에는 2,400,000원이 제품에 배부되고 나머지 1,600,000원이 기간 비용이 된다. 그러면 개당 원가는 가동과 무관하게 33.33원으로 유지되고, 저가동의 손실은 손익계산서에 따로 드러난다.

시간당 배부율 10,000원을 쓰면 제품별 개당 감가상각비는 이 설비를 얼마나 오래 점유하느냐로 갈린다. 개당 12초를 쓰는 제품은 12÷3,600×10,000 = 33.33원이고, 개당 24초를 쓰는 제품은 66.67원이다. 배부 기준이 생산 개수가 아니라 설비 점유 시간이어야 하는 이유다. 월 중간에 가동을 시작한 달의 상각을 일할로 할지 월할로 할지도 정책으로 정해 두어야 월별 비교가 흔들리지 않는다.

신규 설비를 검토할 때도 같은 표를 미리 만들어야 한다. 예상 수주량 하나만으로 개당 감가상각비를 계산하면 수주가 빗나갔을 때 원가가 얼마나 흔들리는지 알 수 없다. 조업도 100%, 90%, 60% 세 가지로 개당 값을 계산해 두고, 가장 낮은 경우에도 판매가로 회수 가능한지 본다.

실무에서 자주 틀리는 부분

감가상각비를 현금이 나가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가에서 빼는 판단이 가장 위험하다. 현금은 취득 때 나갔고, 그 지출은 제품 원가에 포함된 감가상각비를 판매가로 받아야 회수된다. 빼고 가격을 정하면 매출과 이익은 나는 것처럼 보여도 설비를 교체할 재원은 쌓이지 않는다.

소량 생산 제품이 부담스럽다고 그 제품의 감가상각비만 덜 얹는 처리도 안 된다. 배부 기준을 기계시간으로 잡아 그 제품이 실제로 설비를 쓴 시간만큼만 붙이면 충분하다. 그렇게 붙인 원가로 가격 경쟁력이 없다면 그것은 가격, 생산 방식, 설비 배치를 다시 검토하라는 신호이지 배부율로 지울 문제가 아니다.

상각이 끝난 설비는 감가상각비가 0원이라 그 설비에서 만든 제품의 원가가 낮게 보인다. 이 착시로 교체 시점을 놓치기 쉽다. 노후 설비의 수선비, 불량률, 사이클타임 손실을 합산해 신규 설비의 개당 감가상각비(조업도 90% 기준 37.04원)와 비교하고, 손실 합계가 더 크다면 교체가 원가를 낮춘다. 신규 투자 회수기간은 이 개선액을 분자로 잡아 계산한다.

중고 설비는 취득원가가 낮아 상각 부담이 작아 보이지만, 사용 가능한 상태로 만들기 위한 정비와 개조 비용을 취득원가에 포함하고 남은 내용연수를 새로 추정해야 한다. 잔존 내용연수를 낙관적으로 잡으면 초기 몇 년의 원가가 낮게 나오고, 수리비가 늘어나는 뒤쪽에서 한꺼번에 무너진다. 정비 이력에서 남은 수명을 확인한 뒤에 정하는 편이 안전하다.

설비별 개당 감가상각비와 가동 비율을 한 표에 놓기

생산관리 담당자가 월 마감 직후 회계 담당에게서 고정자산 대장의 설비별 월 감가상각비를 받고, 생산일보에서 같은 설비의 가동시간과 양품 수량을 받아 월 감가상각비가 큰 설비 다섯 대부터 정리한다. 설비마다 개당 감가상각비와 정상조업도 대비 가동 비율을 함께 적고, 가동 비율이 두 달 연속 기준(예를 들어 70%) 아래로 내려간 설비는 수주 계획이나 설비 통합 검토 안건으로 올리고, 여러 설비에 흩어진 물량을 한 대로 모아 가동을 채우는 안도 함께 계산한다. 표는 매월 같은 양식으로 쌓아 상각 방법과 내용연수가 바뀌었을 때 개당 값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같이 추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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