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품 표준원가 설정 — 실적이 없을 때 원단위를 추정하는 법
신규 수주 견적을 낼 때는 생산 실적이 없다. 그래서 유사 품번의 원가표를 그대로 복사하거나, 영업이 준 목표가에 맞춰 원가 숫자를 끼워 맞추는 일이 벌어진다. 두 방식 모두 숫자의 근거를 나중에 설명할 수 없다는 점이 같다.
추정 원가가 실제보다 낮게 나오면 양산 첫 달부터 불리한 차이가 쌓인다. 표준 자체가 틀렸으므로 차이분석은 원인을 찾아 주지 못하고, 현장은 이유도 모른 채 성과 부진의 책임을 진다. 높게 나오면 수주를 놓치거나 가격 협상에서 근거를 잃는다.
실적 없이 표준원가를 세우는 요령은 원단위와 단가를 분리하고, 근거가 있는 항목부터 채우고, 양산 후 실측으로 고치는 순서를 지키는 것이다. 각 단계에서 어떤 자료를 근거로 삼고 어디까지를 추정으로 남겨 둘지 구분하는 일이 중요하다. 아래에서는 자동차 부품 사출 성형 라인의 가정 수치로 그 순서를 따라간다.
원단위를 먼저 세우고 단가는 나중에 곱한다
원단위는 제품 한 개를 만드는 데 드는 투입량이다. 재료는 g 또는 kg, 노무는 공수 시간, 설비는 설비 시간, 에너지는 kWh로 표시한다. 금액이 아니라 수량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원가는 이 원단위에 재료 단가, 임률, 경비율 같은 단가를 곱해서 나온다.
두 단계를 분리하는 이유는 불확실성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신제품에서 불확실한 것은 대개 수율과 사이클타임 같은 원단위이고, 단가는 견적서나 계약서로 확인할 수 있다. 분리해 두면 양산 후 차이가 나왔을 때 수량 문제인지 가격 문제인지 바로 갈라진다. 원단위가 재료비만 뜻한다고 오해하는 경우도 있지만, 재료 원단위, 공수 원단위, 설비 시간 원단위, 에너지 원단위가 모두 원단위다.
도면과 시제품으로 세우는 상향식 추정
재료 원단위는 도면의 정미중량에서 시작한다. 여기에 런너나 스켈레톤처럼 공정 구조상 필연적으로 나오는 로스를 더하면 투입중량이 되고, 투입중량을 표준 수율로 나누면 양품 1개당 재료 투입량이 나온다. 금형 구조에 따라 런너를 분쇄해 재투입하는 경우가 있는데, 재생재 혼입 비율은 고객이 승인한 범위 안에서만 반영한다. 시제품 트라이에서 실측한 투입량이 있으면 이것이 가장 강한 근거다.
시간 원단위는 금형 사양의 캐비티 수와 사이클타임에서 출발한다. 사이클타임을 캐비티 수로 나누면 개당 이론 시간이 나오고, 여기에 종합효율과 인원 배치를 반영해 시간당 양품 수와 개당 공수를 구한다. 설비 시간에는 설비 차지레이트를 곱해 경비를 얻는다.
성형 사이클 밖의 시간이 빠지기 쉽다. 게이트 절단, 외관 검사, 포장 같은 후공정 공수는 사이클타임에 나타나지 않으므로 공정 흐름도를 따라 하나씩 확인해야 한다. 유사 품번이 있으면 형상, 중량, 공정 수가 비슷한 품번의 원단위를 출발점으로 쓰되 다른 점을 보정한다. 보정 근거는 중량비나 공정 수 차이처럼 숫자로 남긴다.
유사 품번이 전혀 없다면 제품을 공정 단위로 쪼갠 뒤 공정마다 가장 가까운 기존 공정의 데이터나 외주 견적서를 붙인다. 숙련공이나 공정 설계자의 경험 수치는 근거가 아니라 검증 대상 입력으로 다룬다. 수치와 함께 캐비티 수, 재료 등급, 작업 조건을 기록해 두어야 나중에 실측값과 대조할 수 있다.
가정 계산: 4캐비티 커넥터 하우징의 두 가지 표준
가정해 보자. 4캐비티 금형으로 커넥터 하우징을 사출한다. 정미중량 20g에 런너 4g이 붙어 투입중량은 24g이고, 수지 단가는 kg당 4,800원이다. 이론 생산량은 시간당 480개이며, 설비 1대에 작업자 0.6명이 배치되고 임률은 시간당 30,000원, 설비 차지레이트는 시간당 36,000원이다.
안정화 이후의 정상 표준은 수율 96%, 종합효율 75%로 보고, 양산 초기 3개월의 잠정 표준은 수율 90%, 종합효율 60%로 잡는다. 종합효율에는 양품률이 이미 들어 있어 시간당 양품 수를 뜻한다. 표의 모든 수치는 이 가정에서 나온다.
| 항목 | 정상 표준 | 초기 잠정 표준 |
|---|---|---|
| 양품 1개당 재료 투입량 | 24g ÷ 0.96 = 25.0g | 24g ÷ 0.90 = 26.67g |
| 재료비 | 120원 | 128원 |
| 시간당 양품 수 | 480 × 0.75 = 360개 | 480 × 0.60 = 288개 |
| 노무비(18,000원/시간) | 50원 | 62.5원 |
| 설비 경비(36,000원/시간) | 100원 | 125원 |
| 합계 | 270원 | 315.5원 |
목표원가에서 거꾸로 내려오는 하향식 방식과 위 표처럼 쌓아 올리는 상향식 방식은 어느 한쪽만 쓰지 않고 함께 놓고 본다. 하향식은 시장이 받아 주는 가격에서 허용 원가를 정하고, 상향식은 기술적 근거로 필요한 원가를 계산한다. 두 값의 차이가 곧 개선 과제의 크기다.
OEM이 제시한 납입가에서 역산한 목표 제조원가가 250원이라고 하면 정상 표준 270원은 목표를 20원(8%) 넘는다. 이 20원은 표준을 깎아서 메울 숫자가 아니라 설계와 금형 사양으로 메울 과제다. 예를 들어 핫러너를 적용해 런너 4g을 없애면 재료비는 20g ÷ 0.96 × 4.8원으로 100원이 되어 20원이 줄어든다. 다만 핫러너는 금형 투자비와 유지비가 늘어나므로 절감액과 추가 비용을 비교한 뒤에 채택한다.
초기 잠정 표준과 정상 표준의 차이는 개당 45.5원이다. 월 30,000개를 3개월 생산하면 90,000개이므로 4,095,000원이 양산 초기의 예상 손실이다. 이 금액은 표준이 틀려서 생기는 손실이 아니라 양산 초기 조건 때문에 생기는 손실로 따로 분류해야 한다.
정상 표준 하나만 두면 이 금액이 라인의 불리한 차이로 찍혀 현장 성과처럼 보인다. 견적에 반영할지, 고객이나 사내 어느 부서가 부담할지를 양산 전에 정해 두어야 한다. 초기 잠정 표준을 적용하는 기간의 끝도 미리 정한다. 기간이 끝났는데도 실적이 잠정 표준 수준에 머문다면 초기 문제가 아니라 정상 표준 자체를 다시 봐야 한다는 신호다.
표준은 세 번에 나누어 확정한다
첫 번째는 견적 표준이다. 도면, 유사 품번, 견적서를 근거로 만들고 수주 여부를 판단하는 용도로 쓴다. 두 번째는 트라이 실측을 반영한 잠정 표준이다. T1, T2처럼 트라이가 진행될 때마다 재료 투입량과 사이클타임을 갱신하고, 양산 이관 시점에 초기 잠정 표준을 확정한다.
세 번째는 안정화 후 확정하는 정상 표준이며, 판단 자료는 안정화 기간의 월별 수율과 종합효율 실적이다. 확정 이후에는 정기 개정 주기에 따라 관리한다. 각 단계의 표준에는 확정 일자와 근거 자료를 함께 남긴다.
가격 표준은 현재 시세가 아니라 양산 시점에 예상되는 매입 단가로 잡는다. 계약 단가나 최신 견적을 쓰고, 양산 후 가격이 움직이면 표준을 매번 바꾸지 않고 가격차이로 따로 집계한다. 그래야 제품의 생산 효율 문제와 시세 변동 문제가 섞이지 않는다.
실무에서 자주 틀리는 부분
불량을 한 번씩만 반영해야 하는데 자주 빠뜨리거나 겹친다. 재료에서는 수율로 나누어 불량품이 소비한 재료를 넣고, 시간에서는 시간당 양품 수로 계산해 불량품이 소비한 시간을 넣는다. 시간당 생산량을 불량 포함 총 생산 기준으로 잡으면 불량이 쓴 공수와 경비가 빠진다.
시제품 수치를 그대로 표준에 쓰는 것도 흔한 실수다. 트라이는 숙련 인원이 조건을 조정하며 소량으로 만들기 때문에 사이클타임이 양산 조건과 다르고, 조건을 맞추느라 재료를 더 쓰기도 한다. 수치와 함께 인원, 수동·자동 여부, 로트 수량을 기록하고 양산 조건으로 환산해서 쓴다. 환산 근거가 부족한 값은 잠정 표준으로 두고 양산 실적으로 검증한다.
소액 부자재의 누락도 매달 차이로 남는다. 인서트, 포장재, 라벨, 방청유가 BOM에 빠져 있으면 실제 원가가 표준보다 항상 높게 나온다. 누락된 부자재는 개당 금액이 작아 눈에 띄지 않다가 월 물량이 곱해질 때 드러난다. 원단위를 낮추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경우에도 조심해야 한다. 수율과 품질 요건을 희생해서 얻은 낮은 원단위는 불량과 선별 비용으로 되돌아온다.
신규 품번 트라이 때 남길 기록 한 장
신규 품번의 T1 트라이 때 생산기술 담당자가 shot 수, 양품 수, 투입한 재료 총량(런너 포함), 사이클타임, 배치 인원을 한 장에 기록한다. 원가 담당자는 그 주 안에 이 실측값으로 견적 표준을 잠정 표준으로 갱신한다. 트라이가 T2, T3로 이어질 때마다 같은 절차를 반복하고, 양산 4주차에는 정상 표준으로 확정할지 검토한다. 기록 항목은 다섯 가지를 넘기지 않아야 현장이 실제로 적는다. 4주라는 기간은 예시이며 품번의 안정화 속도에 맞게 조정한다.
제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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