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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3정5S의 경제학 – 정리정돈이 만드는 측정 가능한 효과

제알남 읽는 시간 약 9분
제전복을 입은 작업자들이 공구 그림자보드와 부품 선반이 있는 조립라인에서 작업하는 모습

3정5S를 캠페인이 아니라 측정 가능한 원가 활동으로 보는 법

3정5S를 “청소 활동”으로 취급하는 순간 이 활동은 원가 개선과 무관한 캠페인으로 전락한다. 3정은 정품, 정량, 정위치를 정하는 것이고 5S는 정리, 정돈, 청소, 청결, 습관화를 뜻하는데, 이 둘을 제대로 하면 사람과 자재를 찾는 데 쓰던 시간이 그대로 생산시간으로 바뀐다. 그런데 이 효과를 금액으로 환산해 말하는 현장은 드물고, 대부분 체감으로만 이야기한다. 이런 현장 활동을 시간과 면적이라는 숫자로 옮겨보는 것이 이 시리즈가 처음부터 다뤄온 접근이다.

측정 가능한 효과는 크게 세 갈래로 나뉘며, 전부 시간이나 면적이라는 단위로 측정해 시간은 인건비로, 면적은 임대료나 기회비용으로 환산한다.

  • 공구·자재 탐색 시간: 공구나 자재를 찾는 데 걸리는 시간
  • 재작업 시간: 오작업으로 인한 재작업 시간
  • 재고 부지 면적: 정위치 관리로 줄어드는 재고 부지 면적

숫자로 보는 정리정돈의 경제효과

한 조립라인에서 개선 전에는 작업자가 교대당 평균 15분을 공구 찾는 데 썼다고 하자. 작업자 10명이 각각 15분씩 허비하면 하루 총 150분, 시간으로는 2.5시간이 사라지는 셈이며, 시급 12,000원을 곱하면 하루 손실은 3만원, 월 20일 가동 기준으로 60만원이다. 정품·정량·정위치 표시판을 붙이고 공구 그림자보드를 설치해 찾는 시간을 3분으로 줄였다면 남은 손실은 하루 6천원, 월 12만원 수준으로 떨어지고, 라인 하나에서 월 48만원이 절감된다.

장갑을 낀 작업자가 공구 그림자보드에 스크루드라이버를 제자리에 정리하는 모습

시범 라인 1곳에서 월 48만원을 절감했다고 할 때 비슷한 조건의 라인이 공장에 12개 있다면 단순 합산으로 월 576만원, 연간으로는 6,912만원이다. 라인 단위로 볼 때와 규모가 이만큼 다르다. 물론 라인마다 작업자 수와 공구 종류가 달라서 그대로 곱하기는 무리이며, 실제로는 시범 라인과 조건이 비슷한 라인군을 먼저 3개 정도 골라 같은 방식으로 실측해 그 평균 절감액을 나머지 라인에 적용해야 추정치가 신뢰를 얻는다.

재작업 시간도 같은 논리로 환산한다. 부품을 잘못된 위치에서 꺼내 오작업이 발생하는 빈도가 월 20건, 건당 재작업 시간이 25분이라면 월 500분, 8.3시간이 낭비되는데, 정위치 표시로 오작업이 월 4건까지 줄었다면 재작업 손실은 1.7시간이다. 이 차이만으로도 시급 기준 월 8만원 안팎이 추가로 절감된다.

정위치 관리는 재고 면적에도 영향을 준다. 자재를 아무 데나 쌓아두던 창고에 로케이션 번호를 부여하고 품목별 최대 적치량을 표시하면 같은 면적에 필요 이상으로 쌓여 있던 자재가 줄고 통로와 여유 공간이 생긴다. 이 여유 공간에 새 설비를 놓거나 추가 임대를 피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임대료나 신축 투자비를 아낀 것과 같다.

제전복을 입은 작업자가 통로에 쭈그려 앉아 부품 트레이의 라벨을 확인하는 모습

3정5S 도입에서 흔한 오해와 실측 지표로 잡는 법

3정5S를 도입할 때 흔한 오해가 두 가지 있다.

  • 대청소 이벤트로 끝내기: 특정 날짜에 전 직원이 모여서 대대적으로 치우고 나면 사진상으로는 깨끗해 보이지만, 정위치 기준과 최대 적치량 규칙이 없으면 한 달 뒤에는 원래대로 돌아간다.
  • 5S 점수를 평가용 지표로만 쓰기: 점수를 잘 받으려고 문서와 표시판만 화려하게 꾸미고 실제 작업 동선은 그대로인 경우가 있으며, 이때는 점수와 실측 지표 사이에 괴리가 생긴다.

이를 막으려면 5S 점수표에 사진 점검 항목뿐 아니라 공구 탐색 시간, 재작업 건수 같은 실측치를 같이 기입하는 칸을 넣는다. 그래야 점수는 높은데 실측 지표는 그대로인 라인이 걸러진다. 습관화 단계까지 가지 못하고 정리정돈이 캠페인성 이벤트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는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주간 단위로 점수를 매기고 그 점수를 재작업 건수, 공구 분실 건수 같은 실측 지표와 함께 추적한다. 점수만 관리하면 형식적인 청소로 흐르기 쉬우며, 실측 지표와 연결해야 현장이 실제로 달라졌는지 보인다.

3정5S 활동을 평가할 때는 사진 전후 비교만으로 끝내지 말고 찾는 시간과 재작업 건수를 개선 전후로 실측해 표로 남겨야 한다. 그래야 이 활동이 감사 대응용 이벤트가 아니라 원가 개선 실적으로 남는다. 분기마다 이 표를 갱신해 누적 절감액을 보여주면 3정5S에 계속 예산과 인력을 투입할 이유가 숫자로 나온다.

안전, 품질감사, 신입 교육까지 이어지는 5S 효과

통로에 자재가 쌓여 있거나 바닥에 부품이 흩어져 있으면 걸려 넘어지거나 지게차와 부딪히는 사고 위험이 커진다. 3정5S는 원가뿐 아니라 안전사고 감소와도 직결되며, 정리정돈이 자리를 잡은 라인에서는 이런 유형의 경미한 사고가 눈에 띄게 줄어든다. 산업재해는 한 건 발생할 때마다 치료비와 생산 차질, 산재보험료 할증이 따라붙어 그 손실액은 공구 찾는 시간 손실보다 훨씬 크다. 안전사고 건수를 5S 점검 항목에 함께 넣어 추적하면 정리정돈 활동의 경제적 효과가 원가 절감액에 안전비용 절감액까지 더한 금액으로 잡힌다.

자동차부품 협력사라면 5S 수준이 완성차 업체의 품질 감사나 협력사 평가 점수에도 영향을 준다. 현장이 어수선하면 감사자는 실제 품질 수준과 무관하게 관리 체계 전반을 의심하고, 그 의심은 곧 협력사 등급이나 신규 수주 기회로 이어진다. 반대로 정리정돈이 잘 된 현장은 같은 품질 데이터를 제시해도 감사자에게 더 신뢰를 준다. 5S를 내부 원가 절감 활동이면서 동시에 대외 신뢰도를 유지하는 최소한의 조건으로 다뤄야 하는 이유다.

자주 쓰는 공구나 대차에 RFID 태그를 붙여두면 특정 공구가 지정 위치를 벗어난 지 얼마나 됐는지 시스템에서 바로 확인한다. 사람이 순회하며 분실이나 오배치를 찾는 것보다 빠르다. 다만 이런 도구는 정위치 기준과 최대 적치량 규칙이 이미 현장에 자리 잡은 다음에 도입해야 효과가 있으며, 기준 자체가 없는 상태에서 시스템만 얹으면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이상인지 시스템도 판단할 근거가 없다.

제전복을 입은 두 작업자가 부품 선반 앞에서 교차 점검 대화를 나누는 모습

지속관리에는 라인마다 5S 담당자를 지정하고 담당자가 아닌 다른 라인 관리자가 교차로 순회 점검을 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자기 라인을 스스로 평가하면 기준이 느슨해지기 쉽지만, 다른 라인 담당자가 점검하면 상대적으로 객관적인 시선으로 문제를 짚어낸다. 이 교차 점검 결과를 월례 회의에서 공유하고 개선이 안 되는 항목은 다음 달 점검에서 다시 확인한다. 이 순환 구조가 정리정돈을 관리 시스템의 일부로 붙들어둔다.

공구와 자재 위치를 표시판과 그림자보드로 명확히 정리한 라인이 있다. 이런 라인에서는 신입이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며칠 안에 스스로 익힌다. 반면 위치 기준이 없는 라인에서는 선임 작업자가 매번 옆에 붙어서 알려줘야 하며, 이 시간만큼 선임의 생산 활동도 함께 멈춘다. 신입 1명당 정착 기간이 2주에서 1주로 줄어든다고 하면 그 1주 동안 선임이 신입 지도에 쓰던 시간을 온전히 생산에 돌릴 수 있어 인건비 대비 산출량이 개선되며, 이직률이 높은 라인일수록 누적되는 금액이 커진다. 채용과 교육 비용을 다루는 인사 부서와도 공유할 만한 자료다.

정리정돈 수준을 금액으로 환산해 관리하다 보면 어느 라인에 5S 투자를 우선 배정해야 할지도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찾는 시간, 재작업 건수, 안전사고 건수, 신입 정착 기간을 라인별로 나란히 표로 정리하면 손실 규모가 가장 큰 라인이 눈에 보인다. 한정된 개선 인력과 예산을 거기부터 투입하는 근거로 쓴다. 우선순위를 이렇게 정해두면 3정5S 활동이 전 라인에 형식적으로 뿌려지지 않고 실제 손실이 큰 곳에 집중되어 같은 노력으로도 더 큰 절감액을 만들어낸다.

정리정돈 기준을 문서로 남길 때는 사진과 함께 최대 적치량, 정위치 좌표, 담당자를 표에 명시해둔다. 담당자가 바뀌거나 라인이 개편될 때마다 기준이 구두로만 전달되면 시간이 지날수록 원래 기준에서 조금씩 어긋나며, 그러다 처음 개선했을 때의 상태로 되돌리려면 다시 전체를 뒤집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기준 문서는 라인 게시판과 전산 시스템 양쪽에 걸어두고, 개편이 있을 때마다 즉시 갱신하는 절차를 담당자 인수인계 체크리스트에 포함시켜두면 사람이 바뀌어도 관리 수준이 유지된다. 다음 담당자가 처음부터 다시 기준을 세우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일도 없다. 3정5S의 경제성은 이런 기준이 얼마나 오래 무너지지 않고 유지되는지에서 갈리며, 실제 절감액은 눈에 잘 안 띄는 유지관리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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