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별 원가계산의 함정 — 공통비 배부가 만드는 착시
다품종 부품을 만드는 공장에서 제품별 손익표는 수주, 단가 협상, 단종 판단의 근거가 된다. 그런데 제조간접원가를 생산량이나 직접노무시간으로 나눈 손익표에서는 소량 생산이면서 셋업과 검사가 많은 부품이 흑자로 나오는 일이 있다. 그 수치를 믿고 수주를 늘리면 공장 전체 이익은 그대로인데 바쁜 정도만 커진다. 배부 방식이 바뀌어도 전체 이익은 변하지 않고 제품 사이에서 이익이 이동할 뿐이기 때문이다.
반대 방향의 오판도 있다. 배부 후 적자로 나온 제품을 단종하면 그 제품에 배부되던 공통비는 사라지지 않고 남은 제품으로 옮겨 가서, 다음 제품이 적자로 보인다. 이 글은 공통비 배부가 제품별 원가를 어떻게 바꾸는지 가상의 사출 공장 수치로 계산하고, 그 원가를 의사결정에 어떻게 써야 하는지 정리한다.
공통비는 제조간접원가와 판매관리비를 나눠서 봐야 한다
제품별 원가에서 말하는 공통비는 여러 제품에 함께 발생해 특정 제품에 직접 추적할 수 없는 원가다. 제조 현장에서는 공장 건물과 설비의 감가상각비, 전력비, 보전 인력과 자재 창고 인력의 노무비, 금형 관리 비용 같은 제조간접원가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 원가는 재무회계에서 재고자산과 매출원가를 나누기 위해 반드시 배부해야 한다. 본사 인사, 총무, 회계 인력의 비용은 판매비와관리비로 기간비용이며 제조원가에 배부하지 않는다.
제품별 수익성을 보려고 판관비까지 배부하는 회사도 있는데, 이는 관리회계 목적의 별도 표에서 하고 재무회계 원가와 섞지 않는다. 재고 평가용 원가는 회계기준에 맞는 배부가 필요하고, 수주와 단가와 단종 판단용 원가는 원가가 발생한 원인에 맞는 배부가 필요하다. 한 표로 두 목적을 채우려 하면 어느 쪽도 맞지 않는다.
생산량 기준으로 나누면 소량·복잡 제품이 흑자로 보인다
가정해 보자. 사출 공장의 한 라인에서 단순 브래킷인 제품 A와 센서 하우징인 제품 B를 만든다. 월 생산량은 A가 20,000개, B가 5,000개이고 판매가는 A가 1,200원, B가 1,500원이다. 직접원가(재료비와 직접노무비)는 A가 600원, B가 900원이며 직접원가는 전부 변동원가라고 가정한다. 월 공통 제조간접원가는 10,000,000원이고 설비 가동 관련 6,000,000원, 셋업·금형 교체 관련 2,400,000원, 검사 관련 1,600,000원으로 구성된다.
생산량 기준으로 나누면 배부율은 10,000,000원 ÷ 25,000개 = 400원이고 A는 8,000,000원, B는 2,000,000원을 받는다. 활동 기준으로 나누면 다르다. 기계시간은 A 200시간, B 100시간이라 시간당 6,000,000원 ÷ 300시간 = 20,000원, 셋업은 A 4회, B 20회라 회당 2,400,000원 ÷ 24회 = 100,000원, 검사는 A 10로트, B 30로트라 로트당 1,600,000원 ÷ 40로트 = 40,000원이다. A는 4,000,000원 + 400,000원 + 400,000원 = 4,800,000원, B는 2,000,000원 + 2,000,000원 + 1,200,000원 = 5,200,000원을 배부받는다.
| 구분(단위: 원) | 제품 A(20,000개) | 제품 B(5,000개) | 합계 |
|---|---|---|---|
| 매출액 | 24,000,000 | 7,500,000 | 31,500,000 |
| 직접원가 | 12,000,000 | 4,500,000 | 16,500,000 |
| 배부액(생산량 기준) | 8,000,000 | 2,000,000 | 10,000,000 |
| 이익(생산량 기준) | 4,000,000 | 1,000,000 | 5,000,000 |
| 배부액(활동 기준) | 4,800,000 | 5,200,000 | 10,000,000 |
| 이익(활동 기준) | 7,200,000 | -2,200,000 | 5,000,000 |
생산량 기준에서는 두 제품의 개당 이익이 모두 200원으로 같아서 B도 문제없는 제품처럼 보인다. 활동 기준에서는 A가 개당 360원 흑자, B가 개당 440원 적자로 바뀐다. 합계 이익 5,000,000원은 두 방식에서 같다. 셋업과 검사를 훨씬 많이 쓰는 B의 비용이 A에 얹혀 있었다는 것이 차이의 전부다.
배부 결과로 단종하면 공통비는 남는다
활동 기준으로 B가 2,200,000원 적자라고 해서 곧바로 단종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판단 기준은 배부액이 아니라 단종했을 때 실제로 사라지는 원가다. B의 매출 7,500,000원에서 직접원가 4,500,000원을 뺀 3,000,000원이 B가 공통비를 감당하는 데 기여하는 금액이다. 직접원가를 전부 변동원가로 가정했으므로 이 금액이 B의 공헌이익이다.
셋업·검사 인력을 B 단종 뒤에도 그대로 두면 공통비 10,000,000원은 모두 남는다. 이 경우 공장 이익은 5,000,000원에서 2,000,000원으로 3,000,000원 줄고, A가 공통비 전액을 떠안아 A의 이익도 2,000,000원으로 내려간다. 반대로 B를 위한 셋업·검사 활동 3,200,000원이 인력 조정으로 함께 사라진다면 손익 변화는 −3,000,000원 + 3,200,000원 = +200,000원이다. 기계 관련 2,000,000원은 대부분 감가상각비라 그대로 남는다. 어느 경우든 B에 배부되던 공통비 중 남는 몫은 A로 옮겨 가고, 이 과정이 반복되면 다음 제품도 적자로 보여 단종이 연쇄적으로 이어진다.
결론은 두 가지다. 단종의 이익은 적자 2,200,000원이 아니라 회피 가능한 3,200,000원이 얼마나 실제로 줄어드는가에 달려 있고, 줄어도 개선 폭은 200,000원에 그친다. 그렇다면 단종보다 단가 재협상이 먼저다. B의 단가를 개당 440원(1,500원의 약 29%) 올리면 활동 기준 손실이 없어진다는 계산이 협상의 근거가 된다.
실무에서 자주 틀리는 부분
배부 기준을 한 번 정하면 고정해 두는 것이 가장 흔하다. 신규 금형이 늘어 셋업 횟수가 늘거나, 검사 방식이 전수에서 샘플로 바뀌거나, 자동화 설비가 들어오면 원가를 만드는 원인이 바뀐다. 제품 믹스가 바뀐 뒤에도 옛 기준을 쓰면 새로 늘어난 제품이 계속 원가를 왜곡한다. 배부 기준은 최소한 분기마다 인과관계가 유지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활동을 너무 잘게 나누는 것도 실패의 원인이다. 활동이 많을수록 현장에서 수집해야 할 기록이 늘고, 기록이 빠지면 표 전체의 신뢰가 무너진다. 위 사례처럼 금액이 큰 활동 세 개 정도로 시작해서 기록이 안정된 뒤에 늘리는 편이 맞다. 기계시간과 셋업 횟수는 일보와 금형 교체 기록에서, 검사 로트 수는 검사 성적서에서 뽑을 수 있는지부터 확인한다.
신규 주문을 증분으로만 판단하는 것도 조건이 붙는다. 고정 공통비가 늘지 않는다면 주문 수락 여부는 증분 수익과 증분 원가를 비교해 정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유휴 설비가 없는 상태에서 주문을 받으면 다른 주문의 생산을 밀어내므로, 밀려난 주문의 공헌이익이 기회비용으로 들어간다. 낮은 단가가 다른 고객의 가격 기준으로 번지는 위험도 별도로 생각해야 한다. 특히 자동차 부품처럼 같은 사양을 여러 해 공급하는 품목은 첫 단가가 이후 협상의 출발점이 되기 쉬워서, 증분 이익이 남더라도 단가 선례를 함께 따져야 한다.
규모의 경제로 개당 원가가 내려간다는 계산도 조심해야 한다. 생산량이 늘면 고정 공통비가 나뉘는 개수가 늘어 개당 배부액이 낮아지지만, 판매량을 넘겨 만든 물량은 재고로 쌓여 보관비와 평가손실 위험을 만든다. 개당 원가 하락이 이익이 되려면 늘어난 물량이 실제로 팔려야 한다.
품목별 셋업 횟수와 검사 로트 수부터 뽑는다
다음 행동은 하나다. 생산관리 담당자가 최근 3개월치 일보와 금형 교체 기록에서 품목별 셋업 횟수, 기계시간, 검사 로트 수를 뽑아 원가 담당자에게 넘긴다. 원가 담당자는 현재의 배부 기준과 활동 기준으로 품목별 원가를 나란히 계산하고, 두 결과의 차이가 큰 품목 세 개를 골라 분기 단가 협상과 수주 검토 자료로 쓴다. 이 계산은 분기에 한 번 반복해 제품 믹스 변화를 반영한다. 처음에는 활동 기록의 정확도가 낮을 수 있으므로 결과를 확정 원가로 쓰지 말고, 두 기준의 차이가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나는지 보는 시산으로 쓴다.
제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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