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공장 7대 낭비, 손익계산서 어디에 찍히는가
7대 낭비가 원가 계정 손익에 찍히는 방식
도요타 생산방식에서 말하는 7대 낭비는 과잉생산, 대기, 운반, 가공 자체의 낭비, 재고, 동작, 불량이다. 현장 교육에서는 이걸 그림과 도표로 배우고 끝나는 경우가 많다.
정작 이 낭비들이 회사 재무제표에서 어떤 계정으로 나타나는지까지 연결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 연결고리를 알아야 낭비 제거 활동이 현장이 깨끗해졌다는 수준을 넘어 경영진이 이해하는 언어로 보고된다.
- 과잉생산: 재고자산으로 잡힌다. 계획보다 많이 만들어 놓으면 재무상태표의 재고자산이 늘고 여기 묶인 돈은 은행 이자나 기회비용으로 영업외비용에 영향을 준다.
- 대기와 운반: 노무비에 그대로 반영된다. 작업자가 부품을 기다리거나 자재를 옮기는 동안에는 부가가치가 나오지 않지만 인건비는 그 시간에도 그대로 나가니 시간당 노무비 대비 실제 생산량이 줄어드는 형태로 원가에 찍힌다.
- 가공 자체의 낭비: 도면 스펙보다 과하게 가공하는 경우로, 재료비와 설비 감가상각비를 동시에 갉아먹는다.
- 재고: 과잉생산과 같은 계정으로 잡히지만 보관비, 파손이나 변질 손실까지 더해진다. 예를 들어 도장 공정에서 완제품 재고를 2주치 이상 쌓아두면 보관 공간의 임차료나 감가상각 배부가 붙고, 색상이나 사양 변경이 걸리면 재고 폐기 손실도 생길 수 있다. 실제로 재고 3천만 원어치를 폐기 처리하면 그 금액이 고스란히 매출원가의 재료비 계정에 손실로 잡힌다.
- 동작의 낭비: 대기, 운반과 비슷하게 노무비 효율 문제로 나타난다.
- 불량: 재작업 노무비, 스크랩 재료비에 더해 외부 클레임이 발생하면 실패비용까지 확장된다.
참고로 저자는 해당 내용을 현장관리자 시절 각 작업대에 붙여놓고 작업자들이 무의식적으로 노출하기 위해 교육을 했었다. 아침 조회에 구호가 7대 낭비 구호 외치기 까지 하고있다.
동작 낭비와 재고 낭비, 조용히 쌓이는 손실
조립 작업자가 부품 상자를 집으려고 몸을 돌린다. 손을 뻗으면 닿는 자리가 아니라 돌아서야 닿는 자리에 상자가 놓여 있다. 한 사이클당 2~3초가 더 걸린다.
사이클타임 30초로 하루 8시간을 돌리면 960사이클, 이 2~3초가 그중 상당수에 붙는다. 월 단위로 환산하면 라인 전체 생산량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

동작의 낭비는 대기나 운반보다 눈에 덜 띄지만 누적되면 무시할 수 없는 규모가 된다. 부품 배치를 손이 닿는 범위 안으로 재배치하기만 해도 설비 투자 없이 생산량이 는다. 이런 동작 낭비는 작업자 개인의 숙련도 문제로 치부되기 쉽지만 실제로는 작업대 설계나 부품 공급 방식의 문제인 경우가 더 많다.
E라인은 후공정 수요에 맞춰 소량씩 자주 생산한다. F라인은 한 번 셋업하면 설비 효율을 위해 며칠치 물량을 몰아서 생산한다. 겉보기에는 F라인이 셋업 횟수도 적고 시간당 생산량도 많아 효율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F라인은 항상 평균 재고를 8일치 이상 들고 있다. 이 재고에 묶인 운전자금이 5억 원이라면 연 이자율 5%만 잡아도 연간 2,500만 원이 그냥 이자비용으로 나간다. 여기에 사양 변경이 한 번 생기면 남은 재고 일부는 그대로 폐기 대상이 된다.
E라인은 재고가 2일치 수준이라 이런 리스크가 훨씬 작고 셋업 횟수가 늘어난 만큼의 인건비 증가분을 감안해도 전체 원가는 F라인보다 낮게 유지된다. 두 라인을 나란히 놓고 봐야 재고 낭비가 얼마나 조용히 원가를 갉아먹는지 보인다.
대기·안전재고·불량을 금액으로 계산하기
대기 낭비를 노무비로 환산하는 절차도 짚어볼 만하다. 작업자 한 명의 시간당 인건비가 2만 원이라고 하자. 이 작업자가 전공정 부품이 늦게 넘어와서 하루 평균 20분씩 대기한다.
월 22일 근무 기준으로 계산하면 월 440분, 약 7.3시간이 대기로 사라지고 여기에 들어가는 인건비는 약 15만 원이다. 라인에 작업자가 10명이라면 이 라인 하나에서만 월 150만 원, 연간 1,800만 원이 대기 시간으로 새는 셈이다.

이 숫자를 눈에 보이게 계산해두면 전공정 자재 공급 타이밍을 맞추는 개선이 왜 필요한지 경영진에게 설득하기 훨씬 쉬워진다.
결품이 무서워서 계획보다 많이 만들어두는 습관이 굳어지면 이게 계획적인 안전재고인지 그냥 관리 실패로 쌓인 과잉재고인지 구분이 안 된다. 과잉생산을 안전재고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하는 착각은 현장에서 자주 보인다. 진짜 안전재고는 수요 변동성과 리드타임을 근거로 계산된 최소 수준이다.
이 근거 없이 쌓인 재고는 아무리 안전재고라고 불러도 회계상으로는 그냥 자금이 묶인 자산일 뿐이다. 안전재고 수준을 정할 때는 반드시 수요 변동폭과 조달 리드타임을 계산 근거로 남겨둬야 한다. 나중에 재고 축소를 검토할 때 무엇을 줄여도 되는지는 그 근거를 보고 판단한다.
불량을 재작업 비용으로만 보고 끝내는 것도 흔한 실수다. 사내에서 걸러진 불량은 재작업 노무비와 스크랩 재료비로 끝난다. 그런데 이 불량의 근본 원인이 공정능력 부족이라면 같은 문제가 언제든 고객사까지 흘러갈 수 있다.
재작업 비용만 보고 “이 정도면 관리되는 수준”이라고 판단하는 순간 그 뒤에 숨어 있는 외부 클레임 리스크를 놓친다. 불량 데이터를 볼 때는 발생 건수뿐 아니라 원인이 설비 문제인지 작업자 숙련도 문제인지 자재 문제인지까지 분류해야 한다. 어떤 불량이 외부로 튈 위험이 큰지는 그 분류에서 먼저 드러난다.
낭비 제거를 계정별로 관리하는 법
운반 동선을 한번 실측해보자. 원자재 창고에서 프레스 라인까지, 프레스 라인에서 용접 라인까지, 용접 라인에서 도장 라인까지, 애초에 설계 단계에서 예상했던 거리보다 훨씬 길게 돌아가는 경우가 흔하다.
편도 80미터로 잡았던 동선이 중간에 다른 라인을 피해 돌아가느라 실제로는 150미터가 되어 있다. 하루 40회 왕복하는 지게차 인건비와 연료비로 환산하면 왕복 거리 증가분만으로 월 100만 원 넘는 추가 비용이 나온다.

운반 낭비는 대기 낭비와 붙어 있는 경우가 많아 따로 떼어 계산하기 까다롭지만 스파게티 차트를 한 번만 그려봐도 이렇게 어디서 돈이 새는지 눈에 보인다. 레이아웃을 조금만 조정해서 이 동선을 원래 계획한 거리로 되돌리기만 해도 이 비용은 별다른 설비 투자 없이 돌아온다.
가공 자체의 낭비는 다른 낭비보다 발견하기가 더 어렵다. 도면에서 요구하는 공차보다 훨씬 정밀하게 가공하거나 고객이 요구하지 않은 표면처리를 관행적으로 추가하는 경우가 여기 해당한다. 불량이 아니니 품질 지표에는 안 잡힌다. 오히려 “꼼꼼하게 잘 만든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필요 이상의 정밀 가공은 사이클타임을 늘리고 공구 마모를 앞당기며 결국 노무비와 소모품비를 동시에 갉아먹는다. 도면 스펙과 실제 작업 표준을 주기적으로 대조해 관행적으로 굳어진 과잉 스펙이 있는지 점검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이 일곱 가지 낭비를 원가 계정과 연결해서 정리해두면 매달 결산 숫자가 흔들릴 때 어느 낭비부터 의심해야 할지 감이 잡힌다.
- 재료비가 튀는 경우: 재고 폐기나 과잉 가공을 먼저 의심한다.
- 노무비가 튀는 경우: 대기나 운반, 동작을 먼저 의심한다.
- 경비 전체가 흔들리는 경우: 재고자산 변화와 외주가공비 급증을 먼저 확인한다.
이런 대응 순서를 미리 정해두지 않으면 결산 숫자가 흔들릴 때마다 원인을 처음부터 뒤진다. 대응은 늘 늦어진다.
불량 원인을 분류하지 않고 그냥 전체 불량률 숫자만 관리하는 조직도 자주 본다. 이번 달 불량률이 2%에서 1.8%로 줄었다고 보고하면 얼핏 개선된 것처럼 보인다. 그 안에 설비 노후로 인한 만성 불량이 그대로 섞여 있고 우연히 자재 로트가 좋아서 숫자가 나아졌을 수도 있다.
원인별로 나눠보지 않으면 다음 달에 다시 나빠져도 왜 나빠졌는지 설명할 방법이 없다. 불량 유형을 설비, 자재, 작업자, 관리 네 가지 정도로만 나눠 기록해도 어디에 개선 자원을 먼저 투입해야 하는지가 훨씬 분명해진다.
낭비 제거 활동을 기획할 때는 이게 재고자산을 줄이는 활동인지, 노무비를 줄이는 활동인지, 재료비를 줄이는 활동인지를 먼저 정하고 시작하는 게 좋다. 그래야 개선 전후 비교할 지표가 명확해지고 월말 결산에서 실제로 그 계정이 움직였는지 검증한다.
낭비 유형별로 담당자를 나눠 지정해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 재고와 과잉생산: 생산계획 담당자가 추적한다.
- 대기와 운반: 라인 반장이 추적한다.
- 불량: 품질 담당자가 추적한다.
그러면 7가지 낭비를 한 사람이 다 보려다 놓치는 일이 준다. 이 담당자들이 매달 한 번씩 모여 자기 영역 숫자를 공유하는 짧은 회의만 있어도 연결고리가 보인다.
재고 문제가 실은 대기 낭비에서 비롯됐다거나, 불량이 운반 과정의 충격 때문이라거나. 7대 낭비는 서로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한 문제가 다른 낭비를 부르는 경우가 많다. 계정별로 나눠 보되 원인은 서로 엮어서 봐야 진짜 개선이 나온다. 이 시리즈에서 계속 강조하듯, 현장 활동과 원가 계정을 연결해서 보는 습관이 결국 결산 숫자를 미리 읽는 힘이 된다.
제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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