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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알남, 제조업 알려주는 남자 제알남, 제조업 알려주는 남자

19. 표준원가란 무엇인가 – 제조원가관리의 출발점

제알남 읽는 시간 약 7분
저녁 사무실 책상에서 원가 스프레드시트를 검토하는 담당자

표준원가란 무엇이고 어떻게 구성되는가

자동차부품 공장에서 월말 마감을 앞두고 원가 담당자가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있다. 이번 달 원가가 왜 이렇게 나왔냐. 답하려면 먼저 비교할 기준이 있어야 한다. 그 기준이 표준원가다. 정상적인 조업 조건에서 이 제품을 만드는 데 재료비, 노무비, 제조경비가 각각 얼마나 들어가야 하는지를 미리 정해둔 목표치다. 실적원가를 아무리 정확히 집계해도 비교할 표준이 없으면 그 숫자가 좋은지 나쁜지 판단할 수 없다.

표준원가는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제조경비는 감가상각비, 전력비, 소모품비 등을 배부기준(보통 직접노무시간이나 기계시간)에 따라 나눠 담는다. 배부기준을 무엇으로 잡느냐에 따라 같은 총경비라도 제품별 배정액이 달라진다. 설비 의존도가 높은 공정이라면 기계시간 기준이 실제 원가구조를 더 정확히 반영하고, 사람 손이 많이 가는 공정은 노무시간 기준 쪽이다.

  • 재료비 표준: 표준 소요량에 표준 단가를 곱해서 산출한다. 예를 들어 브라켓 하나에 강판 0.85kg이 들어가고 kg당 단가가 1,800원이면 재료비 표준은 1,530원이다.
  • 노무비 표준: 표준 작업시간에 시간당 임률을 곱한다. 표준 사이클타임이 42초이고 시간당 임률이 22,000원이면 개당 노무비 표준은 약 257원이 된다.
  • 제조경비 표준: 감가상각비·전력비·소모품비를 배부기준에 따라 나눠 담는다. 배부기준 선택에 따라 제품별 배정액이 달라진다.
계산기와 원가표를 두고 손으로 계산하는 모습

숫자로 보는 표준원가 계산

제조경비도 숫자로 봐야 감이 잡힌다. 이 라인의 월 감가상각비와 전력비, 소모품비를 합쳐 6,000만 원, 정상조업도를 월 4만 개로 잡으면 개당 제조경비 표준은 1,500원이 된다. 재료비 1,530원, 노무비 257원, 경비 1,500원을 더하면 이 브라켓 하나의 표준원가는 3,287원으로 확정된다. 이 숫자가 견적, 손익 시뮬레이션, 재고 평가 전부의 출발점이 된다.

이 라인에서 함께 생산하는 하우징 부품은 강판 소요량이 2.3kg이라 재료비 표준이 4,140원으로 브라켓의 2.7배다. 반면 표준 사이클타임은 38초로 오히려 브라켓보다 짧아서 노무비 표준은 232원으로 더 낮게 나온다. 제조경비 표준은 두 부품 모두 1,500원으로 동일해 이 하우징의 표준원가는 5,872원이 된다. 재료비 비중이 큰 부품과 노무비 비중이 큰 부품을 나란히 놓으면 원자재 시황이 흔들릴 때 어느 제품의 마진이 먼저 무너지는지 눈에 들어온다.

정상조업도를 어떻게 정하느냐도 표준원가 자체를 흔든다. 최근 3년간 실제 생산량 평균을 쓰는 방법이 하나, 설비의 이론적 최대생산능력에 일정 가동률(보통 80~85%)을 곱해 산출하는 방법이 다른 하나다. 이 라인의 이론 최대생산능력이 시간당 220개, 월 가동시간이 200시간이면 이론 최대물량은 4만 4천 개이고 여기에 82%를 곱하면 정상조업도는 약 3만 6천 개가 나온다. 4만 개로 잡으면 개당 제조경비 표준은 1,500원, 3만 6천 개로 잡으면 1,667원으로 올라간다. 어느 쪽을 쓰느냐에 따라 표준원가 자체가 5% 가까이 달라진다.

듀얼 모니터에 표준원가 그래프와 스프레드시트를 띄운 사무실 책상

표준원가가 흔들리는 지점들

강판 단가가 kg당 1,800원에서 2,050원으로 오르는 상황을 가정하자. 재료비 표준은 0.85kg x 2,050원으로 1,742원이 되어 기존 1,530원 대비 212원 오른다. 이 신규 표준원가를 반영하지 않고 기존 3,287원 기준으로 견적을 계속 내면 월 3만 개를 이 단가로 계속 공급할 경우 손실은 월 636만 원, 연간 7,632만 원이다. 원자재 단가 변동을 표준원가에 반영하는 시점을 정례화해두지 않으면 재료비가 오른 걸 알면서도 견적 시스템은 옛날 숫자로 계속 돌아간다.

  • 소요량에 여유분을 얹는 방식: 정상 불량률만큼 소요량 자체를 늘려 잡는다. 표준원가 안에 불량 손실이 숨어 들어가 차이분석에서 불량 문제가 잘 안 보인다.
  • 로스코스트로 별도 집계하는 방식: 소요량은 이론치 그대로 두고 불량 손실을 따로 관리한다. 표준원가가 더 이상적으로 보이는 대신 불량 문제를 명확히 드러낸다.

표준을 만들 때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이상적인 조건으로 잡는 것이다. 설비가 한 번도 안 서고 불량이 전혀 안 나는 상태를 기준으로 삼으면 표준원가는 항상 낮게 나오고 실적원가는 반대로 항상 나쁘게 보인다. 그러면 현장이 표준 자체를 믿지 않고 차이분석 보고서도 형식적인 서류로 전락한다. 정상 조업도, 정상 불량률, 정상 가동률을 반영해서 달성 가능한 목표로 잡아야 한다.

제조경비 배부기준도 한 번 정해두면 잘 안 건드리는 게 두 번째로 흔한 실수다. 자동화 설비를 도입해서 작업자 수는 절반으로 줄고 기계 의존도가 크게 늘었는데도 배부기준은 여전히 직접노무시간이라면, 자동화 라인의 제품 원가가 실제보다 낮게 잡히고 사람 손이 많이 가는 라인의 제품 원가가 상대적으로 부풀려진다. 이 왜곡은 재무제표 총액에는 안 보이고 제품별 손익을 완전히 헷갈리게 만든다.

노트북 원가 그래프를 두고 대화하는 사무실 동료 두 명

표준원가 관리와 갱신

표준원가를 제대로 세워두면 매달 실적원가와 비교해서 어디서 차이가 벌어졌는지 재료비, 노무비, 경비 항목별로 쪼개볼 수 있다. 신규 견적을 낼 때도 근거 있는 원가를 제시한다. 이 시리즈가 강조해온 것처럼, 표준원가가 없거나 오래돼서 현실과 안 맞으면 원가관리는 사후에 결과만 확인하는 회계 업무로 그친다. 최소 연 1회, BOM이나 공정이 바뀌면 그때마다 갱신해야 의미가 유지된다.

표준원가는 재고 평가에서도 실질적인 역할을 한다. 표준원가법으로 재고를 평가하면 월말 재공품과 제품 재고를 표준단가로 일괄 계산할 수 있어 마감 속도가 실제원가법보다 훨씬 빠르다. 이번 달 생산량 3만 개에 표준원가 3,287원을 곱하면 재고자산은 9,861만 원으로 잡힌다. 그런데 실제로는 원자재 단가 상승으로 개당 3,499원이 들었다면 그 차이 212원씩, 총 636만 원을 원가차이 계정으로 별도 정리해야 재무제표가 왜곡되지 않는다.

2년 전 강판 단가로 멈춰 있는 표준원가로 견적을 계속 낸다고 해보자. 실제 원자재 가격은 그새 20% 올랐고 수주가 늘수록 오히려 손실이 커진다. 신규 수주 전에는 반드시 최신 원자재 단가와 사이클타임으로 표준원가를 재검산하는 절차를 넣는다.

표준원가 갱신 책임자를 누가 맡는지는 의외로 잘 안 정해져 있다. 원자재 단가는 구매팀이, 사이클타임은 생산기술팀이, 배부기준과 정상조업도는 원가팀이 각각 관리한다. 그러다 보니 어느 한쪽이 바뀌어도 다른 쪽에 전달이 안 되고 표준원가는 그대로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세 부서가 분기마다 한 번씩 표준원가 갱신 여부를 함께 점검하는 자리를 정례화해두면, 원자재 단가 급등이나 설비 교체 같은 변화가 반영되지 않은 채 몇 달씩 흘러가는 일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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