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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설비종합효율(OEE) 계산에서 실무자가 자주 틀리는 부분

제알남 읽는 시간 약 9분
계산기와 모니터의 흐릿한 막대그래프, OEE를 계산하는 관리자

OEE 계산이 틀어지는 세 가지 지점

OEE를 처음 배울 때는 공식이 간단해 보인다. 가동률 곱하기 성능가동률 곱하기 양품률.

그런데 막상 현장 데이터를 넣어 계산해보면 매달 숫자가 들쭉날쭉한다. 다른 라인끼리 비교하면 도저히 말이 안 되는 결과가 나올 때도 있다. 원인은 대부분 계산식이 아니라 데이터를 넣는 방식에 있다.

설비 고장으로 선 30분은 누구나 기록한다. 그런데 자재 보충으로 5분씩 하루 여덟 번 선 시간, 품질 확인으로 2분씩 반복된 정지는 일지에 안 남는 경우가 많다. 가장 흔한 실수가 이 정지시간 누락이다.

소단위 정지를 다 합치면 하루 한 시간을 훌쩍 넘긴다. 이게 빠지면 가동률이 실제보다 5에서 10퍼센트포인트 높게 나온다.

두 번째는 이론사이클타임을 잘못 적용하는 것이다. 설비 카탈로그에 적힌 이론치를 그대로 쓰면 성능가동률은 항상 100퍼센트에 가깝게 나온다. 실제 설비는 금형 마모나 원자재 로트 편차 때문에 정상 상태에서도 이론치보다 3에서 5퍼센트 느리게 도는 게 보통이다. 최근 3개월간 양품 생산 구간의 실측 평균을 기준 사이클타임으로 다시 잡아야 성능가동률이 의미를 갖는다.

양품률 계산에도 함정이 있다. 최종검사에서 걸러진 불량만 세고 라인 중간에서 즉시 폐기한 물량이나 재작업 후 통과시킨 물량은 양품으로 처리하는 경우다. 재작업품을 그대로 양품에 넣으면 OEE는 좋아 보인다. 정작 재작업에 들어간 인건비와 시간은 어디에도 잡히지 않은 채 사라진다.

계산기와 손으로 쓴 생산일지, 흐릿한 그래프 모니터

사이클타임 기준 하나가 바꾸는 성능가동률

가동시간 480분짜리 교대에서 소단위 정지를 다 빼면 실가동시간이 400분이라고 하자. 이론사이클타임 10초를 그대로 쓰면 계획수량은 2,400개다. 실제 생산량 2,160개를 넣으면 성능가동률은 90퍼센트로 나온다.

그런데 실측 사이클타임이 10.5초라는 걸 반영하면 계획수량은 2,285개로 줄고 같은 생산량 2,160개를 넣었을 때 성능가동률은 94.5퍼센트로 올라간다. 사이클타임 기준 하나를 바꿨을 뿐인데 성능가동률이 4.5퍼센트포인트 달라진다.

여기에 재작업품 120개를 양품에서 빼고 다시 계산하면 양품률은 98퍼센트에서 92.5퍼센트로 떨어진다. 최종 OEE는 처음 계산했던 값보다 10퍼센트포인트 가까이 낮아진다.

용접 라인에서도 같은 오류가 반복된다. 이론사이클타임이 18초인 스팟용접 라인에서 실측 평균이 19.5초로 나온 걸 확인하지 않고 이론치를 그대로 썼다고 하자. 가동시간 420분(소단위 정지 반영 후)을 기준으로 이론치로는 계획수량이 1,400개다.

실측치로는 1,292개가 계획수량이 된다. 같은 실제 생산량 1,250개를 대입하면 성능가동률은 각각 89.3퍼센트와 96.7퍼센트, 7.4퍼센트포인트가 벌어진다. 라인 하나만 봐도 이론치를 쓰느냐 실측치를 쓰느냐에 따라 그 달 개선 활동의 우선순위가 뒤집힌다.

모니터의 OEE 대시보드를 보며 대화하는 관리자와 직원

라인 간 OEE 비교가 무너지는 이유

이런 오류는 하나같이 OEE를 실제보다 좋게 보이게 만든다. 개선 활동의 우선순위를 정할 때 부풀려진 숫자를 기준으로 삼으면 정작 손실이 큰 공정을 놔두고 이미 괜찮은 공정에 자원을 쏟게 된다. 월 1회는 라인 반장이 아닌 생산관리 담당자가 원자료(정지 로그, 생산일보)를 직접 확인하고 재계산하는 루틴을 넣는 게 안전하다.

월별 OEE를 단순 비교할 때 자주 놓치는 변수가 제품 믹스 변화다. 이번 달에 사이클타임이 짧은 소형 부품 비중이 늘고 사이클타임이 긴 대형 부품 비중이 줄었다면 다른 개선 없이도 OEE 숫자는 좋아 보인다. 반대의 경우엔 라인이 실제로는 그대로인데 OEE만 나빠진 것처럼 보인다. 월별 OEE 추이를 볼 때는 제품 믹스가 고정된 상태인지부터 확인해야 개선 활동의 효과인지 단순히 생산 구성이 바뀐 결과인지가 갈린다.

라인끼리 비교할 때도 마찬가지다. A라인은 자동 집계 시스템으로 소단위 정지까지 다 잡는다. B라인은 여전히 수기로 큰 정지만 기록한다. 이러면 두 라인의 OEE 숫자는 애초에 비교 대상이 아니다.

A라인 OEE가 72퍼센트, B라인이 81퍼센트로 나왔다고 B라인에 상을 주면 실제로는 소단위 정지를 누락한 쪽을 칭찬하는 것이다. B라인의 개선 여지가 A라인보다 훨씬 클 수도 있다.

다른 라인과 OEE를 비교하기 전에 맞출 것이 세 가지다.

  • 정지 원인 코드: 세분화 수준이 같은지
  • 기준 사이클타임: 실측으로 갱신한 시점이 비슷한지
  • 양품 판정 기준: 재작업품 포함 여부가 동일한지

이 셋이 맞아야 그 순위표가 라인의 실제 실력을 보여주는 자료가 된다.

OEE 신뢰도를 지키려면 정기 감사 루틴이 필요하다. 매월 첫째 주에 전월 OEE 상위 라인과 하위 라인을 각각 하나씩 골라 정지 로그 원자료와 집계 결과를 대조하는 식이다. 상위 라인에서 오히려 데이터 누락이 발견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그 라인이 정말 잘 돌아간다기보다 기록이 허술해서 좋게 나왔다는 신호다. 이런 감사를 몇 달만 반복해도 라인별 데이터 입력 습관의 차이가 드러난다. 그 차이를 좁히는 것만으로 OEE 비교의 신뢰도가 눈에 띄게 올라간다.

실제로 정지시간을 수기로 기록하던 한 라인에 PLC 신호를 받아 자동으로 정지 이벤트를 잡는 장치를 붙인 적이 있다. 첫 달 OEE가 81퍼센트에서 69퍼센트로 떨어졌다. 라인이 갑자기 나빠진 게 아니었다. 그동안 기록되지 않던 소단위 정지가 처음으로 잡혔을 뿐이다.

담당자들은 처음엔 당황했다. 이 12퍼센트포인트의 차이가 그동안 보이지 않던 개선 여지였다는 걸 이해한 뒤로는 정지 원인 상위 세 가지부터 순서대로 손을 대기 시작했고 반년 뒤 OEE는 78퍼센트까지 올라왔다. 숫자가 떨어진 첫 달을 실패로 보지 않고 출발선을 다시 그은 것으로 받아들인 게 이 라인이 실제로 개선된 이유다.

또 다른 실수는 설비가 계획정지 상태일 때도 가동시간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점심시간, 정기 보전, 금형 교체처럼 미리 계획된 비가동은 애초에 가동시간 계산에서 빼야 한다. 이걸 빼지 않고 분모에 넣으면 가동률이 실제보다 낮게 나온다.

반대로 계획정지를 아예 별도로 관리하지 않고 뭉뚱그려 “비가동”으로만 잡으면 계획정지와 고장정지를 구분하지 못해 어디를 개선할지 판단이 흐려진다.

  • 계획정지: 점심시간, 정기 보전, 금형 교체처럼 미리 계획된 비가동
  • 고장정지: 설비 고장으로 선 시간
  • 소단위정지: 자재 보충, 품질 확인처럼 짧게 반복되는 정지

계획정지, 고장정지, 소단위정지는 처음부터 다른 코드로 기록한다. OEE 신뢰도를 높이는 가장 기본적인 작업이다.

빨간펜으로 보고서를 짚으며 검토하는 작업자와 흐릿한 그래프 모니터

OEE 오차가 만드는 투자와 원가 판단 오류

OEE를 도입한 지 얼마 안 된 공장이라면 처음 몇 달은 숫자 자체보다 데이터 수집 체계를 점검하는 데 집중하는 편이 낫다. 정지 원인 코드가 세분화되어 있는지, 사이클타임 기준이 실측치인지, 양품 판정 시점이 명확한지부터 맞춰놓지 않으면 아무리 정교한 개선 활동을 벌여도 그 효과가 숫자에 정직하게 반영되지 않는다. 기준이 흔들리는 상태에서 만든 OEE 목표치는 다음 분기가 되면 다시 손봐야 하는 숫자다.

OEE 오류가 원가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직접적이다. 부풀려진 OEE를 근거로 신규 설비 투자를 미뤘다가 훨씬 심각한 손실을 보고 있던 라인을 반년 뒤에야 발견하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데이터 오류로 낮게 나온 OEE를 믿고 이미 괜찮은 라인에 추가 인력을 투입하면 그 인건비는 실제 개선 없이 그대로 매몰비용이 된다. OEE 숫자 하나의 오차가 투자 순서와 인력 배치를 흔든다.

OEE를 원가와 직접 연결해서 보는 습관도 도움이 된다. OEE가 1퍼센트포인트 오르면 같은 설비, 같은 인력으로 생산량이 그만큼 늘어난다. 고정비 배부 기준으로 환산하면 개당 원가가 얼마나 내려가는지 나온다. 월 고정비가 8천만 원인 라인에서 OEE가 75퍼센트에서 78퍼센트로 오르면 같은 고정비를 더 많은 생산량에 배부하게 되어 개당 고정비 배부액이 몇십 원 단위로 낮아진다.

OEE 숫자 하나를 믿을 만하게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간다. 그렇다고 이 절차를 생략하면 설비 투자나 인력 배치 같은 큰 의사결정을 잘못된 숫자 위에서 내리게 된다. 데이터 수집 규율을 갖추는 데 드는 몇 달의 수고는 방향을 잘못 잡았을 때 되돌리는 비용에 비하면 훨씬 작다. 정지시간을 빠짐없이 기록하고, 사이클타임을 실측으로 갱신하고, 양품 기준을 통일하는 세 가지만 지키면 생산관리 KPI를 다루는 이 시리즈가 강조해온 대로 라인 간 비교와 개선 우선순위 판단이 훨씬 정직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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