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원가명세서 해부 – 당기제품제조원가가 계산되는 흐름을 현장 언어로
월 마감 뒤 받은 제조원가명세서에서 당기제품제조원가가 전월보다 8% 늘었다고 가정해 보자. 생산 수량은 비슷한데 원가만 올랐으니 현장이 어딘가에서 낭비했다고 읽기 쉽다. 그러나 이 숫자는 그 달에 쓴 돈의 합계가 아니라 그 달에 완성된 제품의 원가다. 원재료 재고와 재공품이 움직이면 현장 활동이 같아도 숫자가 달라진다.
반대 방향의 오판도 있다. 매출원가가 낮게 나온 달을 잘 만든 달로 읽었는데, 실제로는 완성품을 창고에 쌓아 원가의 일부가 다음 기간으로 넘어간 것일 수 있다. 명세서가 재료비·노무비·경비를 어떤 순서로 모으고 어디서 매출원가와 갈라지는지 모르면, 손익계산서의 숫자와 현장의 하루를 이어 붙일 수 없다. 이 글은 사출 성형 공장의 월간 수치를 가정해 그 계산 순서를 따라간다.
재료비는 산 금액이 아니라 쓴 금액이다
제조원가명세서는 재료비, 노무비, 경비 세 요소를 차례로 모은다. 재료비는 구매한 금액이 아니라 공정에 투입해 쓴 금액이다. 기초 원재료 재고에 당기 매입액을 더하고 기말 원재료 재고를 빼면 당기 재료비가 나온다. 구매팀이 월말에 수지 원료를 많이 들여왔어도 창고에 남아 있으면 그만큼은 이번 달 원가가 아니다.
노무비에는 직접공의 임금뿐 아니라 반장, 설비 보전, 자재 운반처럼 라인을 돌리는 인원의 임금·상여·퇴직급여가 함께 모인다. 경비는 재료비와 노무비를 뺀 나머지 제조 비용으로 감가상각비, 전력비, 수선비, 소모품비, 외주가공비가 대표적이다. 소모품비를 재료비로 보는지 경비로 보는지는 회사의 계정 설계에 따라 다르므로 기준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상여와 퇴직급여처럼 지급 시점과 발생 시점이 다른 항목은 발생 기준으로 노무비에 들어온다. 세 요소를 합한 금액이 당기총제조비용이다.
재료비에는 수량뿐 아니라 출고 단가 결정 방법도 들어 있다. 원재료 가격이 오르는 시기에는 같은 수량을 써도 선입선출법, 이동평균법, 총평균법 중 무엇을 쓰느냐에 따라 재료비가 다르게 나온다. 그래서 사용량이 그대로인데 재료비가 늘었다면 단가 결정 방식과 재고 수량 순으로 확인하고, 현장의 낭비를 의심하는 것은 그다음이다.
재공품 증감을 더하고 빼면 당기제품제조원가가 된다
당기총제조비용은 아직 완성품의 원가가 아니다. 월초에 공정에 걸려 있던 기초 재공품을 더하고 월말에 공정에 남은 기말 재공품을 빼야 이번 달에 완성된 제품의 원가인 당기제품제조원가가 된다. 다음은 월간 수치를 가정한 예다.
| 항목 | 금액(백만 원) |
|---|---|
| 기초 원재료 재고 | 120 |
| (+) 당기 원재료 매입 | 860 |
| (−) 기말 원재료 재고 | 140 |
| 재료비(사용액) | 840 |
| 노무비 | 330 |
| 경비(감가상각비 150, 전력비 70, 수선비 30, 소모품비 25, 외주가공비 55) | 330 |
| 당기총제조비용 | 1,500 |
| (+) 기초 재공품 | 90 |
| (−) 기말 재공품 | 110 |
| 당기제품제조원가 | 1,480 |
이 달에 원재료를 860 매입했지만 재료비로 잡힌 것은 840이다. 원재료 재고가 20 늘었기 때문이다. 총제조비용 1,500 가운데 재공품이 20 늘어난 만큼(110에서 90을 뺀 값)은 완성품에서 빠져 다음 달로 넘어가고, 그래서 당기제품제조원가는 1,480이 된다. 구성비로 보면 재료비가 56%(840÷1,500), 노무비와 경비가 각각 22%다.
경비 330을 뜯어보면 감가상각비가 150으로 약 45%를 차지하며, 생산량과 관계없이 나오는 고정성 비용이다. 전력비 70, 수선비 30, 소모품비 25는 가동에 따라 늘고 주는 준변동성 비용이고, 외주가공비 55는 어느 품번을 외주로 돌렸는지로 제품에 직접 추적된다. 같은 경비라도 성격이 달라서, 생산량이 10% 줄었을 때 움직이는 항목과 그대로인 항목이 갈린다. 경비의 증감을 읽을 때는 총액보다 이 성격 구분이 먼저다. 생산량이 그대로인데 준변동성 항목이 오르면 설비 상태나 사용 습관을, 고정성 항목이 오르면 자산 취득이나 계약 변경을 먼저 확인하면 된다.
기말 재공품 금액이 커졌다고 곧바로 병목이라고 단정하면 안 된다. 종합원가계산을 쓰는 라인이라면 재공품은 수량과 가공 진척도(완성도)로 재료비와 가공비를 나누어 평가하므로, 월말 실사에서 수량과 진척도를 얼마나 정확히 세느냐가 금액을 좌우한다. 재료를 공정 초기에 전량 투입하는 라인이라면 재공품의 재료비는 진척도와 무관하게 수량 전체로 계산하고, 진척도는 가공비에만 적용한다. 월말에 큰 로트를 막 투입했거나, 부품 결품으로 후공정이 기다리는 경우에도 재공품은 늘어난다. 원인을 가르려면 금액이 아니라 라인별 재공 일수(재공 수량÷일 생산량)로 바꿔 전월과 비교한다.
이 달에 완성한 수량이 2,000,000개라면 당기제품제조원가 1,480백만 원은 개당 740원이다. 금액 그대로 전월과 비교하면 생산량이 다른 달끼리 견주게 되므로, 개당 금액으로 바꿔야 원가가 올랐는지 생산이 늘었는지 구분된다. 재료비만 따로 보면 840백만 원÷2,000,000개로 개당 420원이고, 이 값이 표준 재료비와 얼마나 벌어졌는지가 다음 단계의 분석 대상이다.
당기제품제조원가가 매출원가와 갈라지는 지점
손익계산서의 제품매출원가는 기초 제품 재고에 당기제품제조원가를 더하고 기말 제품 재고를 뺀 값이다. 기초 제품이 200, 기말 제품이 260이라면 200 + 1,480 − 260 = 1,420이 매출원가다. 이 달에 완성한 1,480 중 60은 팔리지 않고 창고에 남았으므로 비용으로 인식되지 않는다. 총제조비용 1,500과 매출원가 1,420의 차이 80은 재공품 증가 20과 제품 증가 60의 합이다. 재고의 금액은 수량에 개당 원가를 곱한 값이므로, 창고와 공정의 재고 수량 실사가 틀리면 매출원가가 그만큼 틀어진다.
이 구조 때문에 고정비가 큰 공장은 재고를 늘리면 당기 이익이 좋아 보이는 착시가 생긴다. 감가상각비와 고정급 성격의 임금이 재고자산에 실려 다음 기간으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수요보다 많이 만들면 개당 원가는 내려가고 이익은 올라가지만 보관 부담과 진부화 위험은 그대로 쌓인다. 생산관리자가 생산량을 정할 때 이 착시를 기준으로 삼으면 손익계산서는 좋아지고 현금은 창고에 묶인다. 재고가 늘어난 달의 원가 개선은 재공 +20, 제품 +60처럼 재고 증감 금액을 나란히 붙여 읽어야 실제 개선과 구분된다.
실무에서 자주 틀리는 부분
첫째는 원가 절감을 재료 단가 인하로만 보는 것이다. 싼 재료를 써서 재료비가 10 줄었어도 불량과 재작업이 늘어 노무비와 경비가 10 넘게 늘면 당기총제조비용은 오히려 커진다. 명세서의 한 항목만 보지 말고 총제조비용과 양품 수량 기준의 개당 금액으로 함께 판단한다.
둘째는 감가상각비를 현금이 나가지 않는 비용이라며 가볍게 보는 것이다. 위 예에서 감가상각비 150은 총제조비용의 10%다. 설비 대금은 취득 때 이미 나갔고, 그 지출을 회수하려면 원가에 포함된 감가상각비를 판매가로 받아야 한다. 이를 빼고 가격을 정하면 매출은 나는데 설비를 바꿀 재원은 쌓이지 않는다.
셋째는 명세서를 회계팀의 문서로만 여기는 것이다. 명세서의 각 항목은 현장이 남기는 기록에서 만들어지고, 현장의 입력 오류는 그대로 원가에 남는다. 회계팀이 나중에 바로잡을 근거도 없다. 항목과 기록의 대응은 대략 다음과 같다.
- 재료비: 자재 입고, 불출, 반품 기록과 월말 원재료 재고 실사
- 노무비: 근태 기록과 라인별 작업 시간, 직접공과 간접 인원의 구분
- 경비: 설비별 수선 이력, 전력량, 소모품 불출 기록, 외주 입출고 내역
다음 마감 때 먼저 해볼 한 가지
생산관리 담당자가 월 마감이 확정된 첫 영업일에 회계 담당에게서 제조원가명세서를 받아, 항목별 전월 대비 증감액과 양품 수량으로 나눈 개당 금액을 나란히 적는다. 증감이 큰 상위 세 항목을 골라 그 주 안에 수량, 단가, 불량, 재고 변동 가운데 어느 것이 원인인지 현장 담당자에게 확인한다. 이 표를 매월 같은 양식으로 쌓으면 표준원가를 세울 때 필요한 개당 실적 자료가 자연스럽게 모인다. 다만 소모품비를 재료비로 볼지 경비로 볼지처럼 계정과 원가 요소의 대응이 달마다 바뀌면 이 비교는 의미를 잃으므로, 대응표를 고정해 두고 바꿀 때는 변경 사유와 시점을 남긴다.
제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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