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로스 — 보관·진부화·평가감이 제조원가 밖에서 갉아먹는 것
제조원가명세서에서 당기제품제조원가가 확정되면 원가 관리가 끝난 것처럼 느끼기 쉽다. 그러나 만든 제품이 팔리지 않고 창고에 남으면 그때부터 제조원가 바깥에서 다른 비용이 붙는다. 출하 대기 창고의 보관비는 판매비와관리비로 빠지고, 고객사의 설계변경이나 단산으로 쓸 곳을 잃은 재고는 평가손실이 되어 매출원가에 들어간다. 생산팀의 원가 실적은 목표를 채웠는데 결산 손익이 나쁜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경우가 많다.
재고 로스를 모르면 두 가지를 오판한다. 하나는 셋업 횟수를 줄이려고 프레스와 사출 로트를 크게 잡고, 그 결과 늘어난 재고가 만드는 비용을 계산하지 않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재고를 자산이라는 이유로 오래된 물량까지 그대로 두는 것이다. 이 글은 재고가 만드는 비용을 세 갈래로 나누어 각각 어느 계정에 나타나는지 확인하고, 금액을 추정하는 방법과 절감액을 과대 계상하지 않는 방법을 다룬다.
창고 보관비는 제조원가명세서에 들어가지 않는다
재고자산의 취득원가에는 제조과정에서 소비된 재료비, 노무비, 제조경비가 들어간다. 반면 K-IFRS 제1002호와 일반기업회계기준은 정상 범위를 넘는 낭비, 후속 생산 단계에 투입하기 전에 필요한 보관이 아닌 보관원가, 판매원가를 재고자산 원가에 넣지 않고 발생한 기간의 비용으로 처리하도록 정한다. 완성품을 출하 전까지 쌓아 두는 창고의 임차료와 상각비, 지게차 운영비, 재고 관리 인력의 인건비가 제조원가가 아니라 판매비와관리비에 나타나는 이유다. 다만 계정 분류는 회사마다 달라서 공장 안 창고 비용이 제조경비에 섞여 있는 경우도 있다.
이 구조 때문에 생산팀이 보는 제조원가 지표에는 재고의 보관 부담이 나타나지 않는다. 재고에 묶인 자금의 비용도 마찬가지다. 차입금이 있다면 이자비용으로 영업외비용에 잡히고, 자기자본으로 조달했다면 어느 계정에도 나타나지 않는 기회비용이다. 결국 재고가 늘어난 대가가 판관비, 영업외비용, 장부 밖 세 곳에 흩어져 있어서 한 사람이 합계를 보기 어렵다.
판매보다 많이 생산하면 이익이 늘어 보인다
전부원가계산에서는 고정제조간접원가도 제품 원가에 배부되어 재고로 넘어간다. 가정해 보자. 월 고정제조간접원가가 20,000,000원이고 정상 생산량이 10,000개라면 개당 배부액은 2,000원이다. 이달에 10,000개를 만들고 8,000개만 팔았다면 매출원가에는 8,000개 × 2,000원 = 16,000,000원이 반영된다. 남은 2,000개에 실린 4,000,000원은 당월 비용에서 빠져 재고자산으로 이월된다.
이 4,000,000원만큼 당월 영업이익이 판매 실적보다 좋게 나온다. 생산팀이 가동률과 생산량 목표를 채울수록, 팔리지 않는 물량이 창고에 쌓일수록 장부 이익이 좋아 보이는 구조다. 재고가 팔리면 이 착시는 사라진다. 팔리지 않으면 뒤에 평가손실로 한꺼번에 돌아오므로 월 결산에서는 재고 증가량과 이월된 고정비를 같이 봐야 한다.
설계변경과 단산이 재고를 평가손실로 바꾼다
자동차 부품은 판매처가 사실상 정해져 있다. 고객사의 설계변경으로 구사양이 되거나 차종이 단산된 뒤 서비스 부품 수요가 끊기면, 이미 만든 재고를 다른 곳에 팔기 어렵다. 재고자산은 취득원가와 순실현가능가치 중 낮은 금액으로 평가한다. 순실현가능가치는 예상 판매가격에서 완성까지 드는 추가 원가와 판매비용을 뺀 금액이고, 취득원가가 이보다 높으면 그 차액이 평가손실이다.
앞의 2,000개를 이어서 계산해 보자. 개당 취득원가는 재료비 2,400원, 노무비 800원, 변동제조간접원가 300원, 고정제조간접원가 2,000원을 합한 5,500원이고, 재고 장부금액은 11,000,000원이다. 설계변경으로 구사양이 된 이 재고를 개조해 신사양으로 팔면 개당 판매가 5,600원에서 개조 가공비 900원과 판매비용 100원을 빼야 하므로 순실현가능가치는 4,600원이다. 평가손실은 (5,500원 − 4,600원) × 2,000개 = 1,800,000원이며, 앞서 이월로 부풀려졌던 4,000,000원 가운데 1,800,000원이 이 시점에 돌아오는 셈이다.
이 평가손실은 재고자산평가손실로 매출원가에 가산해 표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진부화 손실을 영업외손실로 처리한다고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영업외비용으로 구분하는 쪽은 수량이 장부보다 모자란 감모손실 중 정상 범위를 넘는 부분이다. 개조가 불가능해 재생 원료로 매각해야 한다면 순실현가능가치는 매각가에서 판매비용을 뺀 값으로 떨어지고 손실은 훨씬 커진다. 이때 스크랩 매각과 폐기의 회계 처리가 함께 걸린다.
원재료는 판단이 다르다. 강판 코일이나 수지 원료 가격이 내렸더라도 그 원료로 만든 완제품이 원가 이상으로 팔릴 것으로 예상되면 원재료를 감액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원료 시세가 내렸다는 이유만으로 평가손실을 요구하는 것도, 완제품 가격이 원가 아래로 내려갈 때 원재료를 그대로 두는 것도 틀린 처리다.
재고가 만드는 연간 비용을 한 줄로 합쳐 본다
흩어져 있는 비용은 평균 재고금액에 대한 비율로 합치면 관리하기 쉽다. 가정해 보자. 평균 재고가 800,000,000원이고 연간 자금 조달 비용, 보관비, 진부화·평가손실이 아래와 같다.
| 항목 | 연간 금액(원) | 나타나는 곳 |
|---|---|---|
| 자금 조달 비용(연 5% 가정) | 40,000,000 | 이자비용 또는 기회비용 |
| 보관비(창고, 지게차, 관리 인력) | 36,000,000 | 판관비 또는 제조경비 |
| 진부화·평가손실 | 24,000,000 | 매출원가 |
| 합계 | 100,000,000 | 평균 재고의 12.5% |
재고를 200,000,000원 줄이면 12.5%를 곱해 25,000,000원이 절감된다고 계산하기 쉽다. 하지만 보관비 36,000,000원 가운데 창고 임차료와 상각비 28,000,000원은 창고를 줄이지 않는 한 그대로다. 실제로 줄어드는 몫은 재고 감소율 25%를 자금 조달 비용에 곱한 10,000,000원, 진부화·평가손실의 6,000,000원, 변동 보관비 8,000,000원의 25%인 2,000,000원을 합한 18,000,000원이다. 자금 조달 비용도 확보한 현금으로 차입금을 갚거나 다른 곳에 쓸 때만 실현되므로, 보고서에는 실현 가능한 금액과 잠재 금액을 나누어 적어야 한다.
실무에서 자주 틀리는 부분
재고가 많아야 납기가 안전하다는 생각은 안전재고와 체화재고를 섞는다. 안전재고는 수요와 리드타임의 변동을 기준으로 수량을 계산해 두는 것이고, 그 위에 얹힌 물량은 로트를 키웠거나 계획이 틀렸던 결과다. 안전재고 수량을 품목별로 정해 두지 않으면 어디까지가 필요한 재고인지 가를 수 없다.
평가충당금을 설정하면 관리가 끝났다고 보는 것도 틀린 판단이다. 충당금은 장부의 조정일 뿐이고 물건은 여전히 창고에서 보관비를 만든다. 개조, 서비스 부품 전환, 재생 원료 매각, 폐기 중 무엇으로 정리할지 정해야 비용이 멈춘다.
재고회전율 하나만 보는 것도 위험하다. 회전율은 매출원가를 평균 재고로 나눈 값이라 회전이 빠른 품목이 낮은 품목을 가린다. 전체 회전율이 정상이어도 특정 차종 부품이 1년 넘게 움직이지 않을 수 있으므로 품목별 마지막 출고일 이후 경과 기간을 함께 봐야 한다.
로트를 키워 셋업을 줄이는 결정은 셋업 1회 비용만 보고 내리면 손해가 난다. 로트를 키운 만큼 늘어나는 재고의 유지 비용과 진부화 위험을 같은 표에 놓고 비교해야 한다. 사출과 프레스 모두 금형 교체 시간이 길수록 이 유혹이 커지므로 셋업 단축 개선과 로트 축소를 한 묶음으로 추진하는 편이 맞다.
월 1회 재고 경과 기간 목록을 뽑는다
다음 행동은 하나다. 자재 담당자와 생산관리 담당자가 월 결산 전에 ERP에서 품목별 마지막 출고일 기준으로 재고 경과 기간이 6개월을 넘는 목록을 뽑는다. 품목, 수량, 장부금액과 함께 판매 가능 여부(개조, 서비스 부품, 재생 원료 매각)를 적어 회계 담당자에게 넘기면, 회계 담당자는 순실현가능가치를 계산해 평가손실 반영 여부를 정한다. 6개월은 예시이고 차종 수명과 서비스 부품 공급 기간에 맞춰 회사가 조정한다.
제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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