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원가차이의 진짜 원인 – 수율·가동률·사이클타임 역추적
수율 하락, 재료비 차이로 바로 드러난다
회계 장부에 찍힌 원가차이 숫자는 결과일 뿐이다. 그 숫자가 왜 나왔는지는 현장의 세 가지 지표, 수율과 가동률과 사이클타임을 역으로 추적해야 보인다. 원가관리 담당자가 재무제표만 들여다보고 현장 데이터를 안 보면 차이는 매번 확인되지만 원인은 매번 미궁에 빠진다.
수율부터 보자. 수율이 1%p 떨어지면 그만큼 재료를 더 넣어야 같은 양품 수량이 나온다. 월 10만 개를 생산하는 라인에서 수율이 98%에서 96%로 떨어졌다면 양품 10만 개를 채우는 데 필요한 원재료가 102,041개에서 104,167개로 늘어난다.
차이는 약 2,126개다. 개당 재료비가 1,500원이라면 순전히 수율 하락 때문에 월 320만 원가량이 더 나갔다. 이 숫자가 재료비 차이분석의 수량차이 항목에 그대로 반영된다.
3월에는 수율이 98%였다가 4월에 96%로 떨어지고 5월에 개선 활동 후 97.5%로 회복됐다고 하자. 투입 원재료 수량은 102,041개, 104,167개, 102,564개 순으로 움직인다. 개당 재료비 1,500원 기준 재료비는 각각 1억 5,306만 원, 1억 5,625만 원, 1억 5,385만 원이다.
4월 한 달 수율 하락만으로 3월 대비 319만 원이 더 나갔고 5월 개선으로 그중 240만 원을 되찾았다. 월별로 나란히 놓고 봐야 수율 관리 활동 하나가 실제로 얼마를 지켰는지 숫자로 남는다.

가동률과 정지시간 — 노무비·경비 양쪽에 걸린 문제
가동률은 노무비와 경비 양쪽에 걸린다. 설비 가동률이 떨어지면 같은 인원과 같은 감가상각비로 만들 수 있는 물량이 줄어드니 개당 고정비가 올라간다. 계획 가동률 85%를 잡아놨는데 실제로 78%밖에 못 돌렸다면 그 차이 7%p 안에는 보통 설비 고장, 자재 대기, 품질 이슈로 인한 라인 정지 시간이 뭉쳐 있다. 원인을 나누려면 설비보전 일지와 생산일보의 정지시간 코드를 대조해야 한다.
정지시간을 코드별로 쪼개보면 우선순위가 명확해진다. 이번 달 총 정지시간이 160시간이었고 시간당 고정비 배부율이 12만 원이라면 원인별 손실액은 다음과 같이 나뉜다.
- 설비 고장: 90시간, 손실 1,080만 원
- 자재 대기: 45시간, 손실 540만 원
- 품질 이슈: 25시간, 손실 300만 원
설비 고장이 전체 정지시간의 56%를 차지하니 예지보전 투자 우선순위는 이쪽으로 잡는 게 맞다. 다만 자재 대기 45시간, 540만 원도 그냥 넘길 규모가 아니라 구매·자재관리 부서와 함께 원인을 짚어야 한다.

사이클타임 지연과 복합 손실
세 지표가 동시에 나빠지는 경우도 현장에서는 드물지 않다. 노후 설비가 있는 라인에서 사이클타임이 늘어나면 그만큼 예열이나 셋업 타이밍이 밀리면서 불량률도 같이 올라간다. 계획 물량을 못 맞추려고 무리하게 돌리다 보면 가동률까지 흔들린다.
이럴 때는 세 지표 중 무엇이 먼저 나빠졌는지 시점을 따져봐야 한다. 설비보전 일지에 찍힌 고장 발생일과 생산일보의 수율 하락 시점이 겹친다면 설비 문제가 원인이다. 불량률만 먼저 나빠졌다면 자재나 작업 방법 쪽을 봐야 한다.
사이클타임 지연은 가장 직접적으로 노무비 능률차이에 반영된다. 표준 42초 공정이 실제 47초 걸린다면 시간당 처리 가능 수량이 줄고 같은 인건비로 만드는 물량도 그만큼 줄어든다. 원인은 대개 셋업 방법 차이, 작업자 숙련도, 설비 노후화 셋 중 하나다.
시간당 처리 가능 수량은 42초 기준 85.7개, 47초 기준 76.6개로 줄어든다. 하루 7시간 가동한다면 하루 생산 가능 수량이 600개에서 536개로 64개 줄어든다. 이 라인이 월 22일 가동한다면 월 1,408개를 덜 만든다.
개당 판매마진이 1,200원이라면 월 169만 원의 기회손실이 생긴다. 사이클타임 5초 지연은 그 자리에서 보면 별것 아니다. 누적 영향을 월 단위로 환산해둬야 설득이 된다.
이번 달 세 지표가 함께 흔들린 라인을 놓고 손실액을 합산해보면 규모가 한눈에 들어온다.
- 수율 하락으로 인한 재료비 손실: 320만 원
- 설비 정지시간 중 고장 원인분: 1,080만 원
- 사이클타임 지연으로 인한 기회손실: 169만 원
이 라인 한 곳에서만 월 1,569만 원이 표준 대비 새 나갔다. 따로따로 올리면 각각 작아 보이는 금액이다. 합쳐서 하나의 숫자로 제시해야 설비 개선 투자를 승인받을 근거가 선다. 이 라인에 예지보전 센서와 자동 자재공급 시스템을 도입하는 데 2,400만 원이 든다면 월 손실의 절반만 줄여도 3개월 안에 회수한다는 계산이 바로 나온다.
세 지표 중 무엇이 먼저 나빠졌는지는 날짜 단위로 데이터를 겹쳐봐야 가려진다. 이번 달 15일 설비보전 일지에 베어링 이상 징후가 기록됐다고 하자. 16일부터 사이클타임이 42초에서 46초로 늘고 19일부터 불량률이 1.8%에서 2.6%로 뛰었다.
이 순서라면 설비 이상이 먼저고 사이클타임 지연과 수율 하락이 그 결과로 뒤따랐다고 볼 수 있다. 순서를 날짜로 확인하지 않고 월말에 세 지표를 한꺼번에 보고하면 세 문제가 동시에 독립적으로 터진 것처럼 보인다. 베어링 교체 하나로 세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묻힌다.

실수를 피하고 관리를 정착시키는 법
세 지표를 따로따로만 보고 넘어가는 게 흔한 실수다. 수율 담당은 품질 데이터만, 가동률 담당은 설비보전 일지만, 사이클타임 담당은 IE 데이터만 각자 올리다 보면 한 원인이 세 지표를 한꺼번에 흔들었다는 걸 놓친다.
신입 작업자 투입이 사이클타임 지연과 수율 하락을 함께 유발한 달을 생각해보자. 세 부서가 따로 보고하면 보고서에는 서로 다른 세 가지 문제가 나란히 올라간다. 그러면 개선 활동도 세 갈래로 흩어지고 정작 근본 원인인 신입 교육 체계는 아무도 손대지 않는다.
공정 특성에 따라 세 지표의 민감도도 달라진다.
- 프레스 라인: 설비 의존도가 높아 가동률 하락이 원가를 크게 흔든다. 가동률이 5%p만 떨어져도 월 손실이 800만 원을 넘는 경우가 흔하다.
- 조립 라인: 수작업 비중이 높은 만큼 사이클타임과 수율이 더 민감하다. 같은 5%p 가동률 하락보다 사이클타임 3초 지연이 원가에 더 크게 걸리는 경우가 많다.
공정별로 어느 지표부터 먼저 확인할지 우선순위를 정해두면 매달 데이터를 붙잡고 세 지표를 처음부터 다 뒤지는 시간이 줄어든다.
역추적 작업을 정례화하는 방법도 챙겨야 한다. 세 지표를 매일 아침 생산회의에서 전날 실적과 함께 확인하는 라인과 월말에 한꺼번에 몰아서 보는 라인은 문제 발견 시점이 짧게는 2주까지 차이가 난다.
일별로 확인하면 이상 징후가 생긴 당일이나 다음 날 바로 원인을 짚어서 데이터가 신선할 때 조치한다. 월말에 몰아 보면 이미 한 달치 손실이 다 쌓인 뒤에야 원인을 안다. 매일 5분이라도 세 지표를 확인하는 루틴 자체가 원가차이의 조기 발견율을 크게 높인다.
월평균 수치만 보고 일별 변동을 건너뛰는 것도 자주 놓치는 지점이다. 월평균 가동률 82%는 나쁘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월초 5일간 90% 이상 돌다가 특정 주에 설비 고장으로 3일간 40%대까지 떨어진 경우와 매일 고르게 82% 수준으로 돌아간 경우는 원인과 대응이 완전히 다르다.
전자는 특정 고장 이벤트 하나를 잡으면 되지만 후자는 라인 자체의 구조적인 문제를 봐야 한다. 월평균만 보고서에 올리면 이 차이가 지워진다.
원가차이 보고서에는 금액만 적지 말자. 그 금액 옆에 수율·가동률·사이클타임 중 어느 지표가 얼마나 벗어났는지, 그리고 언제부터 벗어나기 시작했는지를 같이 적어야 다음 달 개선 활동을 어디에 붙일지 정할 수 있다. 세 지표를 매달 같은 표에 나란히 놓고 일별 추이까지 함께 관리하면 원가차이 보고는 결과 확인용 문서에서 원인 진단용 도구로 바뀐다. 현장 활동을 숫자로 옮겨보는 이런 접근은 이 시리즈가 처음부터 다뤄온 방식이다.
역추적해서 찾은 원인은 그 달 개선 활동으로 끝내지 말고 재발 방지 체크리스트로 남겨야 한다. 다음 분기 표준원가 갱신이나 설비보전 계획에 반영해야 같은 원인이 되풀이되는 걸 막는다. 원가차이 역추적은 매달 반복하면서 라인마다 취약한 지점을 데이터로 쌓아가는 작업이다.
제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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