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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알남, 제조업 알려주는 남자 제알남, 제조업 알려주는 남자

22. 로스코스트 산출법 — 현장 낭비를 돈으로 환산하기

제알남 읽는 시간 약 9분
책상 위 로스코스트 요약 보고서와 계산기, 형광펜

불량 로스코스트 — 발견 시점이 손실을 가른다

현장 개선 활동을 보고할 때 가장 약한 표현이 “낭비를 줄였습니다”다. 경영진이 듣고 싶은 건 그 낭비가 원래 얼마짜리였고 지금 얼마가 남았느냐는 것이다. 이걸 숫자로 바꾸는 작업이 로스코스트 산출이다.

로스코스트는 정상 비용을 넘어 낭비 때문에 추가로 발생한 비용이다. 이를 항목별로 계산한다.

가장 흔한 로스는 불량 로스다. 불량 로스코스트는 불량수량 x (재료비 + 그 시점까지 투입된 가공비)로 계산한다. 후공정에서 발견될수록 그때까지 들어간 가공비가 누적돼 있어서 손실이 커진다.

예를 들어 조립 3공정까지 진행된 부품이 불량으로 판정되면 재료비 1,500원에 1~3공정 가공비 800원이 더해져 개당 2,300원의 손실이 난다. 월 300개가 이 단계에서 불량 처리되면 로스코스트는 69만 원이다.

같은 불량이라도 어느 공정에서 발견되느냐에 따라 손실 규모가 크게 달라진다. 1공정 초기 검사에서 바로 잡히는 불량은 재료비 1,500원만 손실로 잡힌다. 최종 검사나 출하 직전에 발견되면 재료비 1,500원에 전체 4개 공정 가공비 1,100원이 더해져 개당 2,600원이 된다.

같은 300개라도 초기 발견이면 45만 원, 최종 발견이면 78만 원이다. 손실이 73% 더 크다. 이 차이가 바로 공정 초기에 검사 포인트를 앞당기는 활동이 원가 절감으로 직결되는 이유다.

불량을 아예 안 내는 게 최선이지만 못 막았다면 최대한 앞 공정에서 걸러내는 것만으로도 로스코스트가 크게 줄어든다.

생산현장 사무실에서 계산기와 보고서로 로스코스트를 대조하는 담당자

설비정지 로스와 개선 우선순위

설비정지 로스는 정지시간에 시간당 고정비 배부율을 곱해서 구한다. 시간당 고정비가 12만 원인 라인에서 월 20시간 비계획 정지가 발생했다면 로스코스트는 240만 원이다.

이 라인이 시간당 150개를 생산한다면 생산 기회를 놓친 물량은 3,000개에 달하고 이 중 일부는 납기 지연으로 이어져 특송비 같은 2차 손실까지 발생시킨다. 로스코스트는 이렇게 1차 손실과 2차 손실을 나눠서 봐야 실제 임팩트가 드러난다.

정지시간 20시간을 원인별로 쪼개보면 개선 우선순위가 나온다. 이 중 세 가지 원인이 각각 다른 규모의 로스코스트를 만든다.

  • 금형 교체 지연: 8시간, 로스코스트 96만 원
  • 설비 고장: 7시간, 로스코스트 84만 원
  • 자재 투입 대기: 5시간, 로스코스트 60만 원

금형 교체 지연이 가장 크지만 SMED 활동으로 교체시간을 절반으로 줄이면 월 48만 원을 바로 회복한다. 설비 고장은 예지보전 투자가 필요해 회수까지 시간이 더 걸린다. 이렇게 원인별로 나눠서 개선 난이도와 절감액을 같이 놓고 보면 당장 손댈 것과 투자 검토가 필요한 것이 구분된다.

로스코스트는 연간으로 환산해야 개선 활동의 우선순위가 보인다. 월 240만 원짜리 설비정지 로스를 절반으로 줄이는 개선이 성공했다면 연간 절감액은 1,440만 원이다. 여기에 개선에 들어간 비용(치공구 교체, 예지보전 센서 등) 300만 원을 빼면 순 절감액은 1,140만 원이고 투자회수기간은 약 2.5개월로 계산된다.

이런 식으로 로스코스트를 개선 전, 개선 후, 순절감액, 회수기간 네 칸으로 정리해두면 여러 개선안 중 어느 것부터 손댈지 우선순위가 숫자로 나온다.

여러 개선안을 동시에 검토할 때는 이 네 칸 표를 나란히 놓고 비교하는 게 유용하다.

  • 금형 교체시간 단축안: 투자비 300만 원, 연 절감 576만 원, 회수기간 6개월
  • 자재 대기 개선(자동 공급 시스템): 투자비 1,200만 원, 연 절감 720만 원, 회수기간 20개월

투자비 대비 절감액만 보면 자동 공급 시스템이 총액은 더 크다. 회수기간과 투자 여력을 함께 고려하면 금형 교체시간 단축안을 먼저 실행하는 게 합리적이다. 로스코스트 산출은 이렇게 여러 개선안을 같은 기준으로 줄 세워 비교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형광펜으로 원가 데이터 표를 표시하는 손과 계산기

속도 로스와 재작업 로스, 놓치기 쉬운 손실

속도 로스, 즉 표준 사이클타임보다 느리게 돌아가는 손실도 놓치기 쉽다. 설비가 서지는 않았지만 표준보다 느리게 돌면 그 차이만큼 생산 기회를 잃은 것이다. 이것도 시간당 고정비 배부율로 환산한다.

예를 들어 표준 사이클타임이 30초인 설비가 실제로는 35초로 돌고 있다면 시간당 처리량은 120개에서 103개로 줄어든다. 하루 7시간 가동 기준 하루 119개, 월 22일 기준 2,618개를 덜 만드는 셈이다. 개당 고정비 배부율 800원을 적용하면 월 209만 원의 로스코스트가 잡힌다.

설비는 멈추지 않았으니 정지 로스로는 안 잡힌다. 속도 로스로 계산하지 않으면 이 손실은 어느 항목에도 안 걸리고 그냥 사라진다.

로스코스트 항목에는 불량·정지·속도 말고도 재작업 로스가 따로 있다. 불량이 나도 완전히 폐기하지 않고 수정해서 살리는 경우가 있다. 이 제품은 폐기 손실 대신 재작업에 들어가는 추가 인건비와 시간이 로스코스트가 된다.

용접 불량이 발견된 부품을 재용접으로 살릴 수 있다면 재료비 손실은 없지만 재작업에 개당 90초가 추가로 들어가고 시간당 임률 22,000원 기준으로 계산하면 개당 550원의 로스코스트가 발생한다. 월 500개가 재작업 대상이라면 27만 5천 원이다.

폐기보다 손실이 작아 보이지만 재작업 라인이 별도로 필요해 정규 생산 라인의 여유 능력을 잡아먹는다. 이 점까지 감안하면 실제 기회비용은 더 크다.

품질비용(COQ) 구조의 실패비용 근거자료로는 쌓아둔 로스코스트를 그대로 쓴다. 불량 로스, 재작업 로스, 설비정지 로스, 속도 로스를 한 달치로 합산한 금액이 곧 그 달의 내부실패비용에 해당한다. 이 금액을 예방비용(교육, 예지보전 투자)이나 평가비용(검사 인력, 계측장비)과 나란히 놓고 비교하면 예방에 얼마를 더 쓰면 실패비용이 얼마나 줄어드는지 투자 판단의 근거가 만들어진다.

로스코스트를 매달 따로 관리하는 대신 COQ 보고 체계 안에 편입시키면 별도 보고서를 하나 더 만드는 수고도 줄어든다.

화이트보드에 비교표를 적으며 동료와 논의하는 모습

흔한 실수와 라인별 비교, 관리 정착법

1차 손실만 계산하고 2차 손실을 빼먹는 것이 로스코스트 산출에서 흔히 하는 실수다. 설비정지로 납기를 못 맞춰 특송비 150만 원이 추가로 나가거나, 고객 클레임으로 품질 재검사 비용이 발생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1차 손실인 정지시간 로스코스트 240만 원만 보고하면 실제 임팩트를 축소해서 보고하는 셈이 되고 나중에 특송비 청구서가 별도로 올라오면 경영진 입장에서는 같은 문제를 두 번 보고받는 것처럼 느껴진다.

로스코스트를 산출할 때는 처음부터 1차 손실과 2차 손실을 항목으로 나눠두고 2차 손실이 확인되는 대로 추가하는 방식을 쓰는 게 낫다.

로스코스트는 개선 전, 개선 후, 순절감액, 회수기간 네 칸으로 정리해서 비교표를 만들면 개선 활동 하나가 연간 얼마를 절감했는지 재무 언어로 설명된다. 이 계산 없이 올린 개선 보고서는 아무리 활동이 좋아도 경영진 눈에는 증명되지 않은 주장으로 남는다. 로스코스트 산출을 매달 정례화해서 라인별로 누적 데이터를 쌓아두면 다음 분기 개선 활동 우선순위를 정할 때 감이 아니라 숫자로 시작한다.

같은 공장 안에서도 라인별로 로스코스트 구조가 다르게 나타난다.

  • A라인: 노후 설비 탓에 정지 로스가 전체 로스코스트의 60%를 차지한다.
  • B라인: 신입 인력 비중이 높아 불량 로스와 재작업 로스가 70%를 차지한다.

이를 비교해보면 투자 우선순위가 더 분명해진다. 두 라인에 똑같이 설비 개선 예산을 배정하면 B라인에서는 효과가 크게 안 나온다. A라인은 예지보전과 부품 교체에, B라인은 작업자 교육과 표준작업 재정비에 투자해야 같은 예산으로 더 큰 절감 효과가 난다.

로스코스트를 라인별로 항목까지 쪼개서 봐야 이런 차이가 드러난다. 뭉뚱그려서 전체 로스코스트 합계만 보고하면 두 라인에 같은 처방을 내리는 실수를 하게 된다. 현장 활동을 금액으로 환산해서 보는 습관이 결국 이 시리즈가 처음부터 다뤄온 접근이다.

로스코스트를 실제로 운영하려면 산출 기준을 표준화하고 매달 같은 양식으로 기록해야 한다. 어떤 달은 2차 손실까지 포함하고 어떤 달은 1차 손실만 계산하면 월별 비교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라인별, 손실유형별로 시트 하나만 고정해두고 생산일보와 설비보전 일지에서 매달 같은 항목을 뽑아 채우는 루틴을 만들면 반년 정도 데이터가 쌓였을 때 어느 라인이 가장 많은 로스코스트를 만들어내는지, 어느 손실유형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지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로스코스트는 생산량이 몰리는 성수기와 줄어드는 비수기에도 다르게 움직인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물량이 몰리는 달에는 무리한 가동으로 정지 로스와 불량 로스가 함께 늘어나는 경향이 있고 물량이 적은 달에는 고정비 배부 왜곡으로 개당 로스코스트가 오히려 커 보이는 착시가 생긴다. 월별 로스코스트를 비교할 때는 절대금액만 볼 게 아니라 생산량 대비 비율로도 같이 봐야 계절 변동과 진짜 개선 효과가 구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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