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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가동률과 조업도의 차이 — 고정비 배부가 달라지는 지점

제알남 읽는 시간 약 9분
가동률과 조업도 차트 두 장, 계산기, 스톱워치가 놓인 책상

가동률과 조업도, 뭐가 다른가

현장에서 가동률조업도라는 말을 섞어 쓰는 경우가 많다. 원가관리 관점에서는 이 둘을 구분해야 한다. 가동률은 설비나 라인이 계획된 시간 중 실제로 얼마나 돌았는지를 보는 지표다.

조업도는 기준이 다르다. 그 설비가 낼 수 있는 최대 생산능력을 놓고 실제로 얼마나 생산했는지를 본다. 비슷해 보이지만 이 차이를 모르면 고정비 배부 계산에서 틀린 결론에 도달한다.

두 지표는 계산식부터 다르다.

  • 가동률 = (실제 가동시간 ÷ 계획 가동시간) x 100
  • 조업도 = (실제 생산량 ÷ 최대 생산능력) x 100

하루 8시간 가동 계획에서 설비 고장과 자재 대기로 1시간을 못 돌렸다면 가동률은 87.5%다. 이 라인의 시간당 최대 생산능력이 200개인데 여러 요인으로 실제 평균 150개밖에 못 뽑았다면 조업도는 75%다. 가동은 됐지만 속도가 안 나거나 소로트로 자주 바꿔서 셋업이 잦았다면 가동률은 괜찮은데 조업도는 낮게 나온다.

이런 상황의 대표가 다품종 소로트 생산이다. 이 라인이 하루 8시간 중 7.5시간을 가동해서 가동률은 93.8%로 양호하게 나왔다고 하자. 그런데 하루에 6개 품번을 번갈아 생산하느라 품번 전환마다 15분씩 셋업 시간이 들어갔다면 순수 생산시간은 이미 1.5시간이 셋업으로 빠진 셈이다.

게다가 소로트라 라인이 정상 속도로 올라오기 전에 다시 멈추는 일이 반복되면서 평균 속도 자체도 표준보다 낮게 유지된다. 가동시간 기준으로 보면 문제가 없어 보인다. 조업도로 보면 셋업과 속도 손실이 그대로 드러난다.

반대로 가동률이 낮은데도 조업도는 크게 나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설비가 오전에 2시간 고장으로 멈췄다가 오후에 복구됐다. 현장은 밀린 물량을 맞추려고 표준 속도보다 빠르게 라인을 돌렸다.

가동률은 계획 8시간 중 6시간만 돌았으니 75%로 낮다. 하지만 남은 6시간 동안 평소보다 빠른 속도로 돌려 하루 목표 생산량의 90%를 채웠다면 조업도는 90%에 가깝게 나온다.

가동률만 보고 판단하면 심각한 문제로 보인다. 조업도까지 함께 보면 설비 정지의 영향을 현장에서 상당 부분 만회했다는 걸 알 수 있다. 다만 무리한 속도 상승은 설비 마모나 불량률 증가로 이어질 수 있어 별도 확인 대상이다.

벽걸이 모니터의 가동률 그래프를 바라보는 생산관리 담당자

고정비 배부와 조업도차이 계산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고정비 배부 방식 때문이다. 표준원가에서 고정 제조경비는 보통 정상조업도를 기준으로 개당 배부율을 미리 정해둔다. 정상조업도를 월 4만 개로 잡고 고정경비 6천만 원을 배부하면 개당 1,500원이 배정된다.

그런데 실제 조업도가 3만 개에 그치면 못 만든 만큼의 고정비는 제품원가에 담기지 못한다. 이 몫은 조업도차이라는 별도 항목으로 손익계산서에 손실로 잡힌다. 반대로 계획보다 더 만들면 이익으로 잡힌다.

이 조업도차이를 현장 능률 문제로 오해해서 작업자를 다그치면 엉뚱한 곳에 화살이 간다. 조업도가 낮은 이유가 수주 부족 때문인지 라인 능력 부족 때문인지부터 갈라야 한다.

조업도차이는 금액으로도 바로 계산된다. 정상조업도 4만 개, 개당 고정비 배부율 1,500원인 라인에서 실제 조업도가 3만 개에 그쳤다면 조업도차이는 (4만 개 – 3만 개) x 1,500원으로 월 1,500만 원의 불리한 차이가 된다.

이 금액은 물량 자체가 계획보다 덜 들어와서 생긴 것일 수 있다. 현장이 게을러서가 아니다. 그래서 손익 보고서에 올릴 때는 반드시 수주 물량 추이를 같이 붙여 설명한다.

다음 달 수주가 회복돼 조업도가 3만 개에서 3만 8천 개로 올라갔다. 조업도차이는 (4만 개 – 3만 8천 개) x 1,500원으로 300만 원 불리로 줄어든다. 두 달치를 나란히 놓으면 1,500만 원에서 300만 원으로 개선된 것이 눈에 보인다.

이 개선이 현장 노력에서 나왔는지 단순히 수주 물량이 회복된 결과인지는 같은 기간 수주 데이터와 대조하면 갈린다. 수주 회복이 원인이라면 이 개선을 현장 성과로 보고하는 건 부정확한 해석이 된다.

창고에 미리 쌓아둔 재고 박스와 파렛트, 재고 목록을 확인하는 직원

OEE와의 관계, 그리고 재고로 조업도를 방어하는 함정

그래서 두 지표는 같이 봐야 원인이 잡힌다. 가동률이 높은데 조업도가 낮다면 속도나 로트 크기 쪽이다. 가동률 자체가 낮다면 정지시간 문제다.

따로 놓고 보면 원인 진단이 안 된다. 고정비 배부 왜곡이 어디서 시작됐는지도 설명하지 못한다.

두 지표를 곱하면 설비종합효율(OEE)의 골격과 비슷한 그림이 나온다. 가동률에 조업도의 속도 요소를 곱하고 여기에 양품률까지 곱하면 OEE다. 가동률과 조업도만 따로 관리해 온 공장이라면 OEE 도입 시점에 이미 절반은 준비가 된 셈이다.

다만 OEE는 세 요소를 곱셈으로 합쳐 하나의 숫자로 보여준다. 어디서 손실이 났는지 원인을 짚으려면 결국 가동률과 조업도, 양품률을 다시 나눠서 봐야 한다. OEE를 도입할 계획이 있는 공장이라면 가동률과 조업도부터 정확히 분리해서 관리하는 습관을 먼저 들이는 게 순서에 맞다.

조업도가 낮게 나올 때 현장에서 종종 유혹받는 선택이 있다. 재고를 미리 만들어서 조업도 숫자를 방어하는 것이다. 수주가 부족한 달에 다음 달 예상 물량을 미리 당겨 생산하면 이번 달 조업도는 좋아 보인다.

대신 재고자산이 늘고 보관비와 자금 부담이 커진다. 정상조업도 4만 개를 채우려고 실제 수주 3만 개에 1만 개를 미리 만들어 채웠다고 하자. 조업도차이 보고서에는 개선으로 잡히지만 재무제표에는 팔리지 않은 재고 1만 개어치 자금이 묶인 것으로 나타난다.

재고를 앞당겨 쌓는 방식은 단기적으로 보고서만 좋아 보인다. 재고회전율과 현금흐름 지표를 함께 보면 바로 문제가 드러난다.

코르크보드에 붙인 비교표를 두고 논의하는 두 동료

정상조업도 기준과 흔한 실수, 관리 정착법

정상조업도 기준은 같은 공장 안에서도 라인마다 달라진다.

  • 범용설비 라인: 여러 품번을 돌리니 품번 전환 손실을 감안해 이론 최대능력의 75% 수준을 정상조업도로 잡는 게 현실적이다.
  • 전용설비 라인: 한 품번만 돌려 셋업 손실이 거의 없다. 90% 수준까지 잡을 수 있다.

두 라인에 똑같은 기준을 일괄 적용하면 왜곡이 생긴다. 범용설비 라인은 항상 조업도차이가 불리하게 나오고 전용설비 라인은 항상 유리하게 나온다. 라인 특성을 반영해 기준을 따로 잡아야 조업도차이가 진짜 문제를 가리킨다.

가장 흔한 실수는 원인을 따지지 않고 현장에 개선부터 요구하는 것이다. 수주 부족으로 조업도가 낮은 상황에서는 현장에 능률 개선을 아무리 요구해도 물량 자체가 없으니 조업도가 오르지 않는다. 이럴 때 필요한 건 생산관리·영업 부서의 물량 확보 활동이다.

현장 작업자 독려로 될 일이 아니다. 반대로 물량은 충분한데 라인 능력이 부족해서 조업도가 낮다면 설비 증설이나 공정 개선으로 풀 문제다.

역시 현장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조업도차이 보고서를 올릴 때 원인 구분 없이 숫자만 던지면 매번 잘못된 부서가 대책을 떠안는다.

고객사와 물량 협의를 할 때도 이 두 지표가 근거가 된다. 고객사가 갑자기 물량을 20% 늘려달라고 요청했다고 하자. 현재 조업도가 정상조업도 대비 얼마나 여유가 있는지를 보면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인지, 추가 투자나 잔업이 필요한 수준인지를 숫자로 답할 수 있다. 감으로 가능할 것 같다고 답했다가 나중에 납기를 못 맞추는 쪽보다 조업도 데이터로 가능한 물량 범위를 먼저 제시하는 편이 고객 신뢰 관리에도 유리하다.

정상조업도 자체를 언제 다시 잡을지도 관리 포인트다. 설비를 증설하거나 신규 라인을 추가하면 최대 생산능력이 바뀐다. 정상조업도와 고정비 배부율도 그때 같이 재검토한다.

이 재검토를 놓치면 새로 늘어난 설비 능력이 반영되지 않은 채 옛날 기준으로 계속 조업도차이를 계산하게 된다. 실제로는 개선된 상황을 여전히 나쁘게 보고하는 왜곡이 생긴다.

가동률과 조업도는 매달 같은 표에 나란히 기록해서 정지시간 원인, 로트 구성, 수주 물량과 함께 봐야 진짜 원인이 드러난다. 두 지표를 분리해서 관리하는 습관 하나가 고정비 배부 왜곡을 조기에 잡아낸다. 현장과 영업·생산관리 사이에 책임을 정확히 나누는 근거도 여기서 나온다. 현장 활동을 원가 숫자로 옮겨보는 이런 접근은 이 시리즈가 처음부터 다뤄온 방식이다.

가동률과 조업도, 정상조업도 기준은 최소 분기 단위로 재검토하는 루틴을 만들어야 한다. 설비 구성, 품목 믹스, 수주 패턴이 바뀌는데 기준을 1~2년씩 그대로 두면 조업도차이는 점점 현실과 동떨어진 숫자가 된다. 그 숫자를 근거로 한 의사결정도 함께 어긋난다. 원가팀과 생산관리팀이 분기마다 한 번씩 정상조업도 기준과 실제 조업 패턴이 여전히 맞는지 짚어보는 것만으로 이 왜곡의 상당 부분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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